◎장비·지휘체계도 엉망시 프린스호의 기름유출 사고는 태풍의 내습이라는 천재와 호유해운측의 안이한 대처등이 빚어낸 인재가 복합돼 일어난 사고였다. 여기에 방제체제의 허술함까지 겹쳐 불과 7백톤정도의 기름유출로 남해안 청정해역을 최악의 오염상황으로 만들어 버렸다.
시 프린스호가 원유하역작업을 중단하고 호남정유 제2부두를 떠난 것은 22일 하오6시. 남해안일대에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23일 0시보다 6시간 앞서서 내려진 조치였다. 그러나 시 프린스호는 피항 4시간만인 22일 하오 10시 운항을 갑자기 중단하고 소리도 동방 10마일 지점에 닻을 내렸다. 그러다 태풍경보가 내려진 23일 상오 5시보다 7시간이나 지난 23일 낮 12시 다시 피항을 서둘렀다가 2시간만에 좌초하고 말았다.
시 프린스호가 원유하역을 중단하고 피항에 나선 것은 「대형선박은 태풍이 불때 먼바다로 나가야한다」는 항해상식에 따른 것. 그러나 태풍 페이가 계속 북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피항 4시간만에 갑자기 닻을 내린 것은 분명히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좌초되기 2시간전 뒤늦게 피항을 서둘렀으나 이미 태풍의 영향권에 깊숙이 들어와있는 상황이었다. 태풍이 너무 강해 조타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태풍을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다 화를 자초한 셈이다.
여기에 태풍 페이가 북상하면서 B급에서 A급으로 더욱 강해졌고 지난 59년의 사라호 태풍보다도 더 강한 초당 45의 강풍을 동반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의 천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지 3일만에 기름띠는 멀리 경남 거제 앞바다까지 퍼져가고 있다. 그러나 해양오염사고대책본부는 사고가 난 지 만 하루가 지나도록 바다로 흘러든 기름이 벙커C유인지 원유인지를 확인하지 못했을 정도로 대책이 허술했다. 특히 사고초기 적절한 방제작업을 못해 피해지역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사고수습에 나선 전남도와 여수해양경찰서등 관계기관들은 사고초기 높은 파도와 나쁜 기상상태, 선박화재등으로 인해 적절한 방제작업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상태가 나아진 24일 하오 이후에도 방제지휘체계의 혼란과 장비의 부족으로 효율적인 방제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25일 하오에야 관계기관장관회의에서 해양경찰정을 방제지휘기관으로 결정했다. 방제전문항공기마저 국내에는 단1대도 없어 싱가포르에서 급히 들여왔다. 지금까지의 방제작업은 민간어선까지 동원해 오일펜스 3와 유흡착제 13톤, 유처리제 4만5천ℓ를 투입한 정도다. 기름 유출량과 피해면적에 비해 터무니없는 방제작업이었다.<박정태 기자>박정태>
◎알래스카 기름유출 방제 “타산지석”/유처리제 남용않고 6개월간 청소/항공기·위성 동원 생태계보호노력
지난 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즈호 기름유출사고는 시 프린스호 해양오염 사고를 겪고있는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점이 많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26만톤급 유조선 엑손 발데즈호는 발데즈항에서 원유 20만톤을 싣고 LA로 향하던중 89년 3월24일 새벽 빙산을 피하려다 좌초됐다. 5시간동안 유출된 원유 4만2천톤은 사고지점인 프린스 윌리엄해협일대 해안 1천7백70를 오염시켰다. 물개 수달 바다새등 수천만마리의 해양동물이 죽어갔다. 일부 해변에는 자갈과 모래층에 아직도 기름찌꺼기가 남아있고 완전회복에는 최소한 15∼30년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엑손 발데즈호사고는 허술한 방제체제등 문제점도 있었지만 환경오염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제활동을 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미국정부와 엑손사는 사고발생후 마구잡이로 유처리제를 뿌리지 않았다. 대신 기름회수기를 장착한 선박등을 동원, 유출기름을 거둬들였다. 1일 평균 1만1천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1천7백70의 해안을 청소하는데만 6개월이 걸렸다.
사고발생 24시간후 유조선 3대가 엑손 발데즈호 좌·우현에 접근,시간당 6백20톤의 원유를 옮겨실었다. 또 다른 좌초로 인한 기름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갑작스런 원유이적은 선박재파손및 2차기름유출을 초래할 수 있어 작업은 10일동안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자연생태계를 살리려는 노력도 계속됐다. 엑손사는 국가조류보호연구소등과 협조, 발데즈시등 4개지역에 야생동물보호시설을 설치했고 조류가 오염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항공기를 동원해 이동경로를 차단했다.
방제작업을 돕기 위한 지원작업도 엄청났다. 엑손사는 사고해역 주변 5곳에 기상관측소를 설치, 위성기상정보를 수신해 유출기름의 이동방향및 조류 기상등을 파악해 방제작업을 지원했다. 25곳에서 매일 수질검사를 벌였고 본토의 장비·인력공수를 위해 발데즈공항에 비상활주로와 임시관제탑을 가설하기도 했다.
엑손사의 대가는 막대했다. 생태복구비 25억달러, 주민이주비 10억달러, 추가정화비 9억달러, 벌금 1억달러등 총 45억달러(3조6천억원)를 부담했다.<황상진 기자>황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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