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통하면 그뿐 PC통신 등 기존어법 무시/“무분별 언어파괴” “창조적” 엇갈린 평가『염동, 어제 나이트 워터 어땠어』 『김철, 캡이야』 기성세대에게 모대학 4학년인 염동호(22)군과 김철민(23)군의 이 일상적 대화는 거의 통역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호칭법도 파격적이고 영어단어의 의미도 전혀 다르다. 굳이 「번역」하자면 『어제 그 나이트클럽 「물」이 좋더냐』는 질문에 『아주 좋았다』는 대답이다.
신세대는 빠르고 쉽게 의미전달만 된다면 국어시간에 배워온 띄어쓰기 맞춤법 표준어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외국어의 의미도 제멋대로 변용한다.
이러한 언어파괴를 선도하는 곳은 PC통신 공간이다. 신속한 의사소통을 위해 음절이 긴 단어는 과감히 잘려지고 받침은 웬만하면 생략된다. 『무엇때문에 전화했냐』가 『뭐때메 저놔핸니』가 되고 「예」나 「얘」처럼 자판의 시프트키가 필요한 표기는 그냥 편하게 「에」, 「애」가 된다.
PC통신광이라는 양재영(방송통신대 가정관리학과1)양은 『일상적 글쓰기에서도 PC통신에서 쓰던 표현이 무심코 나와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해 신세대 언어파괴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를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는 앞서의 호칭방법도 PC통신을 통해 처음 확산된 것이다. 최근에는 「줄리」니, 「딘」이니 하는따위의 영어식 애칭까지 스스럼없이 불려져 역겨움을 느낀다는 이들도 많다.
우리말과 외국어를 짜깁기하거나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국적불명의 신조어는 유흥가가 그 온상이다.
나이트클럽 출입문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여자종업원은 「인사하다」라는 뜻의 「GREET」에 여성접미사「RESS」를 붙여 「GREETRESS」로, 테이블을 다니며 짝짓기를 하는 웨이터는 「ENTERTAINER MANAGEMENT」라는 얼토당토않은 직함을 갖고있다. 음악을 틀어주는 DJ(디스크자키)가 스스로를 지칭하는 「MUSIC DIRECTOR」는 그런대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구석이 있다.
외국어와 우리말을 조합한 형태는 나름대로 친근감을 줘 널리 통용되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전용어였던 「컴맹」, 「배꼽T」등의 단어가 이제는 당당히 제도권으로 진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신세대의 언어파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수용하려는 태도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경희대 서정범 교수처럼 긍정적으로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서교수는『인간은 누구나 창조적 파괴의 본능이 있고 언어생활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신세대의 특이한 언어습관은 단지 그들이 기성세대보다 창조적이라는 증거일뿐 그다지 걱정할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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