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경협확대 명분 퇴색불가피/“북측 노림수 뭔가” 배경에 촉각지난 9일 중국 옌지(연길)에서 행방불명된 순복음교회 안승운 목사사건은 강제납북으로 드러날 경우 남북관계및 대중국관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안목사가 망명 또는 자진입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보고 북측에 의해 강제납북 또는 유인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을 감안, 최종적인 판단은 유보하고 있다. 관계당국이 이번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은 12일께로 알려지고 있으나 25일 외신보도가 나가자 뒤늦게 실종사실을 확인해 준 것도 이같은 신중한 태도 때문이었다. 정부로서는 강제성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불명확한 현시점에서 섣부른 대응조치를 자제할 수 밖에 없고, 일차적으로 중국 공안당국의 수사결과를 기다려야하는 입장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당국자는 26일 『강제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 공정한 수사를 해주도록 중국측에 공식 요청했다』면서 『중국측이 남북한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중국측은 사실규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한·중관계에 미칠 파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망명이냐 강제납북이냐에 따라 정부의 대응조치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단순망명이라면 오히려 문제는 간단하다. 문제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납북된 경우다. 북한이 안목사를 납치했다면 그만한 각오와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보아야한다. 남북관계를 다시 긴장국면으로 몰고가야할 내부사정에 따라 중국측의 대응을 떠보면서 한·중 관계를 시험해보기위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옌벤지역에서 활동중인 우리 선교사들이 러시아벌목장등에서 탈출한 북한동포들을 보호하고 귀순을 지원해온데 대한 경고일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그러나 강제납북으로 얻을 실익이 극히 적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식량난으로 국제적인 지원을 목말라하는 상황에서 도발을 했을까 하는 점이고, 중국측 수사결과 강제성으로 드러날 경우 북·중관계가 악화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납북으로 드러난다면 정부는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우선은 도발행위가 중국에서 이루어진 만큼 중국정부에 강제송환을 요청해야한다. 강제송환이 추진될 경우 북·중관계는 악화될 것이고, 쌀협상으로 겨우 트인 대화의 물꼬가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로서는 대북 쌀지원및 경협 확대를 추진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상정할 것은 사건이 미제로 끝날 경우다. 중국측의 수사가 벽에 부딪칠 수도 있는 만큼 중국을 포함한 남북한간에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도 우리로서는 달갑지않은 것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안승운목사 납북 현지표정/중교민 납치사건 잇따를까 우려/“한국대사관 신고받고도 안일한 대처” 비난
안승운 목사 납북사건과 관련, 주중 한국대사관은 26일에도 중국 관계당국과 접촉을 계속했으며 27일에는 정확한 정황파악을 위해 조윤주 영사를 옌지(연길)시로 급파할 예정이다. 대사관 조상훈 공사는 『현재 각종 루트를 동원, 관련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대사관측은 지난 13일과 18일 2차례에 걸쳐 현지 교민모임인 한국상회 옌볜(연변)지회로부터 안목사사건 신고를 받고도 안일한 판단으로 대처해 주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대사관측은 이 신고를 받은후 단순한 실종사건으로 판단, 외무부에도 이와 같이 보고했으며 북한측에서 안목사가 망명했다고 발표한지 3일이 지났는데도 자세한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다.
○…한국상회 옌볜지회소속 기업인 7백명은 26일 상오10시 옌볜 빈관(호텔)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중국 관계당국에 이 지역에서 활동중인 우리 교민들의 신변안전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키로 결의했다. 옌볜지회 조흥연 회장은 『안목사 납북사건으로 교민들이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며 제2의 안목사사건 발생을 우려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옌볜시 공안국은 26일 사흘전 수사를 마무리, 베이징(북경)공안본국에 보고했기때문에 자신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함구로 일관했다. 현지에서는 공안당국이 안목사를 유인하는데 「다리」역할을 한 유력한 용의자로 「조교」로 불리는 친북한 조선족 동포를 검거했다는 소문이 있으나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안목사의 사생활과 관련된 악성 루머가 나돌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한 교계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이런 소문들은 「의거 월북」을 정당화하려는 현지의 친북한 세력이 조작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또 북한이 안목사를 납치한 것은 비인도적일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의아해 하고 있다. 우리정부의 쌀 무상지원등으로 무르익어 가던 남북대화를 깨뜨리고 쌀지원마저 중단될 지 모르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 의구심을 더해준다는 것이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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