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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남북관계의 주도권(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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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남북관계의 주도권(한국논단)

입력
1995.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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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7월26일(미국시간) 미상하원합동회의에서 김영삼대통령이 행한 연설은 대한민국이 한미및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 2년동안 북한과 진행되어 온 핵협상은 미국이 주도해왔지만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한국이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한국외교의 최대과제는 대미관계와 대북관계를 잘 조화하여 경수로건설, 평화협정, 교류협력및 통일달성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돌이켜볼 때 제네바합의는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기여했지만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직접 협상하여 남북대화를 기피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부터 한미관계의 공통과제는 북한이 한국과 비핵화, 평화협정, 교류와 통일을 직접 협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어느 열강이 패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수출시장을 확대하며 민주주의를 신장하는 정책을 추구해 왔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관계는 악화되고있고 일본과의 통상협상도 대결을 나타내고 있으며 북한, 베트남과는 관계만 다소 호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아태지역의 안보, 상호의존과 민주주의 동반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전략요충지에서 불안이 생긴다면 그것은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을 파괴하여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미양자관계도 실로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미국은 우리의 안보동맹이요 최대수출시장이며 민주주의 동반자이다. 한국은 미국의 지역동반자요, 제8대 교역국으로서 특히 제2대 곡물시장이고 제3대 쇠고기수입국이며 인권과 민주주의를 성공시키고 있는 나라이다.

한국전쟁을 기념하기 위한 현충비제막식에 참석차 김대통령이 방미중인 이때 냉전의 절정기에 결속되었던 한미관계는 현재 진실로 주고 받는 공동이익및 가치동반자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이때문에 미국도 우리의 사활적인 국익이 걸린 문제에 대하여 사전협의 없이 북한과 흥정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94년에 실시되었던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40년만에 처음으로 의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한뒤 한국의 외교노선을 지지해왔다. 지금부터 96년의 대통령선거전이 시작되고 있으므로 미국 외교정책은 국내정치의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내년에 총선거, 내후년에는 대통령선거가 다가오고 있으니 외교및 통일정책이 정치화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안보, 외교, 통일에 대해서는 우선 국내에서 합의와 조정을 이루어야 한다. 6·27지방선거이후 한국정국이 다시 혼미를 재연시키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초당적인 외교는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 바로 이 미묘한 시기에 「한국형 경수로」의 실현여부에 대하여 한국전력과 한국원자력연구소간에 이견이 노출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냉전이 해소된 세계에서 미국 자체를 직접 위협하는 세력이 없어진 이상 국내정치가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미동반자관계도 미국 국내에서 언론과 국민의 지지를 획득해야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최근에 시카고외교협의회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우리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지도층의 82%는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군파견을 지지했으나 일반국민들의 45%만이 그것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 매일 신문을 읽는 식자층은 한국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일반 서민들의 절반이상은 아직도 한국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며 일류선진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세계화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는 미국에서 한국이미지를 개선해야 하겠다. 대미외교도 비단 행정부뿐만아니라 의회, 언론, 그리고 일반국민들을 상대로 그들의 이해와 지지를 제고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이 미국의 서북관문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재미 한국과학기술자들과 한국과학발전을 상의했고 미국의 중심부인 시카고에서 한미경제교류확대를 강조하며 수도 워싱턴에서 전미국민에게 21세기를 지향한 한미동반관계에 대한 연설은 매우 시의적절한 거사이다.

바라건데 이렇게 다져진 우호관계가 미국의 조야에 깊이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한미관계의 전망도 국내에서 광범위한 호응을 받을 때 밝아질 수 있다. 미국민들에게 우리는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는 결의를 행동으로 과시하여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일관성있게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안병준 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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