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 천재아닌 무사안일의 인재”올해들어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한 제3호 태풍 페이는 수십명의 인명과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일으켰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재라고 하지만 거의 매번 되풀이되는 피해에서 『이렇게 했더라면 이런 피해는 방지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안타까움이 항상 남는다. 이번 태풍은 예외적이라 할만큼 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정확하게 예보되고 또 그에 따른 주의보나 경보발령등의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상륙시간의 예측에서 수시간 정도의 오차가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 인류가 가진 지식으로 그 이상의 정확한 예보를 기대하는 일은 아마도 무리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예보된 태풍에 대처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설마하는 방심이 여전히 노출되고 그 결과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발생하고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훼손당하게 되니 안타깝기 한이 없다.
이번 태풍에 의해 전남 여천군 해역에서 좌초, 침몰하여 기름을 유출시키고 있는 14만톤급의 유조선 시 프린스호의 사고는 특히 주목된다. 우선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이후에도 원유하역 작업을 하다가 늦게 피항하는 바람에 사고를 당했다는 신문보도가 정확하다면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와 재해에 대한 무감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지난 90년 인천 월미도 앞에서 충돌해 다량의 기름을 바다로 유출시킨 코리아호프호 사고등을 비롯, 지금까지의 대부분 기름유출 사고가 이러한 부주의와 방심에 따른 결과였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적어도 바다의 기름유출 오염사고에 관한 한 선원과 선박회사 자체의 안전에 대한 철저한 의식과 재난에 대비한 경각심이 사고 예방의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 하겠다.
이번 시 프린스호 사고에서 주목해야할 또 다른 사실은 우리 주변의 바다에서도 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발데스호의 사고처럼 수만톤 내지 수십만톤급의 대형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현재까지의 보도로는 우려하던 적재 원유의 대량유출은 아직 발생하지 않고 또 당국의 방제조처가 시작됐다니 불행중 다행스런 일이나 완전히 한숨을 돌릴 수 있기까지는 아직 복잡한 방제작업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행히 적재 원유가 끝까지 유출되지 않고 방제작업이 무사히 마친다 하더라도 앞으로 환경당국은 수만톤 내지 수십만톤급의 대량 기름유출사고까지 염두에 둔 해양오염 방지 및 방제대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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