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한달이 가까워 오는데, 뒤처리는 끝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 대책본부는 사망 4백58명·부상 3백42명·실종 1백23명·신원미확인 시신 51구로 집계하고 있는데, 실종자의 가족들은 유골과 유품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지은지 5년밖에 안된 백화점 건물이 무너져 천여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수준을 드러낸 사고였고, 뒤처리 역시 그 수준과 무관할수 없었다. 지난 한달동안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구조대원들, 담당공무원들이 희생적으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수습작업은 우왕좌왕 혼선을 빚고, 어이없는 실수가 터져나오곤 했다.
서울시 대책본부는 실종자 신고 접수조차 일원화하지 못하여 사고발생 2주일이 되도록 2백6명으로 집계해온 실종자 숫자를 하루밤새 4백9명으로 수정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19구조대·경찰·군·자원봉사자등이 한데 몰린 초기의 사고현장은 명령계통없이 어지러웠고, 건물잔해 철거와 인명구조 작업도 전문가의 진단과 지휘가 늦어져 더 많은 생존자 구출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철거된 건물 잔해속에 유골·유품이 섞여 여기저기 쓰레기 처리장에 버려지고, 뒤늦게 중장비를 동원하여 쓰레기 더미를 뒤지면서 유골과 유품을 찾는 광경은 주먹구구 수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종자 집계의 착오를 속이다가 마지못해 수정발표했던 대책본부는 건물잔해를 버린 장소도 가족들의 추궁끝에 밝힘으로써 의혹과 분노를 사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잔해물 폐기장소는 난지도·염곡동·한강공원·신정동으로 늘어났고, 가족들은 다른 장소가 더 있을거라는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 수준의 사고수습을 요구하는것은 분명히 무리일 것이다. 온전한 유해 발굴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으리라는 정황도 짐작할수 있다. 그러나 사고현장에서 땀 흘린 수많은 사람의 노고를 효율적으로 종합하고 지휘하지 못한 관료적 무능은 「그 사고에 그 수습」이라는 한탄을 금할수 없게 한다.
우리는 사고자체의 교훈뿐 아니라 수습작업에서의 교훈도 깊이 새겨야 한다. 서울시는 삼풍백서를 만들 계획이라고 하는데, 깊이있는 검토와 연구로 백서다운 백서를 만들기 바란다. 실패를 뺀 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세금낭비라는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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