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혼의 울림 “더깊은 감동”/항일투쟁등 웅장한 조명 월내 12권으로 완성/만적의 란등 고려사 보태 내 10일께 5권으로/“옥중” 황석영 어색한말·순서등 수정 재출간홍명희의 「임꺽정」이 문을 열고, 근자에 들어와 「태백산맥」과 「토지」가 그 장대함과 기개를 보란듯이 선사했던 대하 역사소설의 걸작들이 잇따라 완결·개작의 봇물을 터뜨리고 있다.
80년대 최고의 소설로 평가받은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가 「아리랑」을 이달 안에 12권으로 완결짓고 무신의 난을 배경으로 고려시대 천민의 끈끈한 삶을 재현한 김주영씨의 「화척」이 3천여장 분량이 추가돼 8월 초 5권으로 출간된다.
또 84년에 10권으로 완간했던 황석영의 「장길산」은 중에 있는 작가가 직접 손질하여 이번 주중에 개정본이 나온다. 모두 70∼90년대 한국일보에 연재돼 인구에 회자된 작품들이다.
「아리랑」은 지금까지 11권이 나왔는데 해냄출판사와 조씨가 약속한 탈고일은 26일. 그는 『원고마감의 초읽기에 몰려 잠을 아껴가며 매일 40∼45장 분량을 써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랑」은 내용적으로는 「태백산맥」의 전사에 해당된다.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1904년 여름부터 경술국치(1910년), 3·1운동등을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 암울했던 민족사와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졌던 독립투쟁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태백산맥」이 48년부터 5년간의 기간에 벌교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전개된 이념과 계급갈등을 다루고 있다면 「아리랑」은 김제와 군산이라는 전라도의 곡창지대와 미항을무대로 일제의 수탈사를 그리면서 국내외에서 광범위하게 펼쳐졌던 항일투쟁과 해외 한인이주사를 포괄하는 웅장한 작품이다.
하와이 홋카이도(북해도) 중국 러시아 일대를 직접 찾아가 현지인들의 증언을 채록하고 자료를 발굴해낸 성과도 작품성을 높이는데 큰 몫을 한다.
88년 벽두부터 한국일보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이듬해 가을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절필선언으로 중도에 그친 김주영씨의「화척」도 완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씨는 2년여의 준비작업에 이어 올해 1월부터 서울 장충동 작업실에서 집필에 몰두해왔다. 1부 3권을 냈던 문이당은 8월10일께 2부 2권을 보태 전 5권으로 내놓는다.
「화척」은 고려 의종때 정권을 찬탈하여 80여년간 죽고 죽이는 권력쟁탈을 벌이며 명멸해갔던 정중부, 이의방, 경대승, 최충헌등 무인정권의 주역과 그 역사, 그리고 결국 좌절되고마는 민중의 저항의지를 그리고 있다.
작가가 1부 완간때 『왕조사와 민중사를 종합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던 것처럼 최충헌의 집권과 노비 만적의 개경입성으로 끝난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최충헌을 둘러싼 권력암투와 1188년 만적의 난까지의 고려사가 보태졌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공주교도소에서 수감 2년여를 맞고 있는 황석영씨는 1년 동안 「장길산」의 내용 가운데 어색하거나 어려운 말을 고치는등 수정을 했고 창작과비평사가 한국일보 연재분과의 전체 대조를 거쳐 누락됐거나 순서가 뒤바뀐 부분을 바로 잡아 재출간한다.
황씨는 이번에 작가 서문을 고쳐 써넣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빠지는 안타까움을 겪었다. 대신 작품해설이 새로이 들어갔다.
해설을 쓴 최원식(인하대)교수는 『홍길동전에서 시작해 4세기에 걸친 우리 의적소설의 아름다운 대미를 장식하는 이 작품은 그 한계까지 포함해서 남한 최고의 역사소설』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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