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지만 맛깔스런 감동 선사/대작경쟁속 단막극 자리매김 아쉬워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보여줬던 KBS 1TV 「인간극장」이 29일 제17화 「우리 시대의 영웅」 2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해 5월 등대지기의 삶을 그린 「얼어붙은 시간」으로 시작된 「인간극장」은 한가지 이야기를 1∼4부로 구성한 일종의 단막극이다. 국내 방송에서는 별로 시도되지 않았던 부담없는 형식이라는 점 외에도 우리와 친숙한 사람들의 삶을 별로 치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그려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왔다.
바이올린 제작공, 직업군인, 천상병시인, 배우 손숙, 만화가 이현세, 왕손가수 이석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극화된 주인공들로 서민의 정서와 맞아 떨어지는 인물들을 주로 이야기해 왔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인간극장」의 종영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맛깔스러운 감동을 선사하는 잔잔한 소품 하나가 안방극장에서 없어진다는 아쉬움과 함께 이러한 형태의 단막극을 장수 프로그램으로 이끌지 못하는 우리 방송 제작 구조의 문제점을 생각케 한다.
한때 KBS 「TV문학관」과 MBC 「베스트셀러극장」등 단막극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이들은 시청자들의 호응도 얻었고 수많은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연기자를 길러내는 역할을 해 왔으며 드라마 영상을 고급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요즘 단막극은 대작 드라마가 준비되는 사이의 시간 때우기 프로그램으로까지 위상이 전락한 느낌이다. 소재와 아이디어의 고갈, 작가의 부족, 힘이 많이 들고 생색은 별로 나지 않아 출연을 기피하는 연기자등 단막극 제작의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한 각 방송사가 벌이는 호화대작 경쟁의 그늘에서 소품에 대한 관심 순위는 당연히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방송 식탁에는 큼직한 요리 접시만 즐비하고 간을 맞춰줄 종지가 부족하다. 「인간극장」의 종영이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방송사 간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시청률과 관계없이 내용이 좋은 프로그램이라면 무한 투자하는 배짱도 필요하다. 이제 우리의 방송환경은 그정도 여유를 부려도 좋을 만큼 윤택하기 때문이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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