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하던 방심이 허를 찔렸다.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천재인 태풍의 무서움에 경각심을 높여 조금 더 대비했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었던 인명피해를 또 내고 만 것이다.올여름들어 첫 상륙한 3호태풍 페이는 우리사회의 천재지변에 대한 안일한 대처자세와 구멍뚫린 안전대책의 허점을 또 한번 강타, 4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하는 큰 인명피해가 났다. 대형유조선이 좌초해 여천 앞바다가 기름으로 뒤덮이기도 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참변으로 재난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었다는데도 예고된 태풍에 또다시 허점을 드러내는 우리사회의 재난대처자세와 행정당국의 안전대책은 얼마나 더 많은 재난을 당해야만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인지를 알 수 없어 안타깝다.
태풍페이는 A급으로 무서운 태풍이었다면 이에 대처하는 행정당국의 안전대책이나 선박운행자 그리고 해안주민들의 안전의식은 각별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는 방만하기만 했다.
여수오동도 방파제에서 승합차가 태풍이 몰아온 해일에 휩쓸려 16명이 사망·실종한 사고가 그렇다. 여천군 작도해상에서 태풍경보속에 호남정유 저유탱크에 원유를 하역하다가 시간을 놓쳐 피항중 좌초, 61만배럴의 원유를 바다에 흘러내고 있는 유조선 프린스호사고도 다를 게 없다.
부산남항 방파제앞 해상에서 급유바지선 부일11호와 예인선207 대길호가 침몰, 경찰관 1명등 8명이 실종된 것도 태풍을 무서워하지 않는 경각심부재가 부른 사고였다. 태풍주의보에 대피를 하지 않고 태풍경보가 내릴 때까지 급유를 하다 당한 변이었다.
태풍이 몰아닥치는 시간에 바다보다 별로 높지 않은 오동도방파제도로를 승합차로 나오는 무모함이나, 태풍경보가 내릴 때까지 원유하역작업을 하며 태풍을 우습게 보는 안전의식부재가 사고를 스스로 불러들인 것과 무엇이 다르다 하겠는가. 그리고 위험지역에 대한 당국의 허술한 통제체제에도 큰 책임이 있다.
우리사회는 이제부터라도 재난의 무서움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해야 한다. 안전의식을 높이고 재난대비의 1차적 의무가 있는 행정당국의 재난대책을 철저히 점검하여 가능한 데까지 피해를 줄이는데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시대를 맞았고 민선지자체장이 책임지고 행정을 이끌어가는 시대의 시작에서부터 대비 가능한 피해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한대서야 어떻게 지방책임행정의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또 중앙정부조차 재난대비도 지방의 책임이라며 외면하는 책임회피가 더 이상 생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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