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개발·외국사와 합작통한 시설 확충나서러시아의 자동차산업이 옛영화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소련은 과거 동구권은 물론 유럽의 일부 서방국가보다도 자동차산업이 발전한 국가였다. 하지만 현재 모스크바의 도로를 달리는 신형자동차는 대부분 외제다. 러시아자동차는 성능이나 기능면에서 외제보다 훨씬 못한데다 모델도 구형이고 자동차공장은 거대하기만 했지 생산성도 낮고 경영방식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시장에서 팔린 차량은 모두 85만대였는데 이 중 외제는 공식적으로 6만5천대. 이는 합법적으로 수입된 외제차의 숫자이고 밀수입한 것까지 포함하면 약 25만∼5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제차의 홍수여파로 러시아자동차업계는 종업원 대량해고등 경영위기에 몰려있다.
러시아 자동차업계가 고전하는 주된 이유로 우선 낮은 생산성을 들 수 있다. 일본의 도요타(풍전)사가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데 15명의 근로자가 1시간만 일하면 되지만 러시아 최대승용차 생산업체인 아브토바즈사는 4백50명이 1시간 일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두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과거 주요 자동차 구매자였던 군대나 집단농장들이 재정난으로 차량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가가 할당량을 정하고 구매까지 해주었는데 이같은 시스템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러시아 자동차 생산업체는 최근들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충족시키키 위한 모델개발과 함께 외국사와의 합작을 통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등 자구노력에 안간힘이다.
러시아의 자동차수요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만 해도 지난 2년간 자동차수가 2배나 늘어났으며 러시아전체로 보면 1천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90년 60대에서 93년에는 76대로 증가했다.
자동차수요는 느는데도 러시아인들로부터 외면당해 파산위기에 처한 러시아 자동차업체의 자구책모색은 필연적인 것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니즈니 노보고로드에 공장을 두고 있는 가즈사.
가즈사는 러시아도로사정이 나빠 6톤짜리 대형트럭이 다니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 소형트럭을 제작해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켰다. 사유화된 중소기업들이 상품수송을 위해 소형트럭을 필요로 했고 가즈사의 소형트럭생산은 이같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가즈사는 지난해 1.5톤 트럭 1만4천대를 판매했으며 올해목표는 7만5천대. 가즈사는 또 디젤용엔진을 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도 최근 휘발유가격 상승으로 디젤엔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변신이다.
일부회사들은 외국기업들과 합작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질사는 미캐터필러사와 합작으로 「노보트럭」을 생산하고 있으며 카마즈사도 미쿠미닌사와 합작사업에 계약한 상태다. 지프생산업체인 우아즈사도 독일의 다이물러벤츠사와 합작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아브토바즈사는 97년 시판을 목표로 소형이면서 저렴한 가격의 신형모델 VAZ 2110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 아브토바즈사는 신형모델 생산을 위해 약 3억달러의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외국제휴선을 모색중이다.
러시아 자동차업계의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는 판매망을 장악하고 있는 조직범죄단체 마피아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다. 마피아들은 모스크바는 물론 러시아 각지역의 자동차판매망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어 메이커보다는 이들이 더많은 돈을 벌고 있다.
아브토바즈사 글루츠코프 부사장은 『미국의 아이아코카도 이런 문제는 당해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적당한 자금만 투자되고 시설등을 개선한다면 결코 외국차에 뒤지지 않을 러시아차를 생산해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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