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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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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이다 구당이다, 분당이다 잔류다 하여 야당 사정이 어지럽다. 야당의원들은 마음이 들떠 명분과 실리를 따지기에 바쁘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이정표 없는 신세같은 외톨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더욱 충격을 준게 정체불명의 살생부라는 것이다. 다음 총선의 공천 탈락자 명단이 실렸다는 괴문서다. ◆조선왕조의 7대 임금인 세조는 수양대군 시절 왕권을 뺏기 위해 계유정난을 일으켰다. 1453년 나이 어린 단종이 왕위에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 먼저 김종서를 습격해서 아들까지 함께 살해한 다음, 미리 마련해 둔 생살 음모에 따라 반수양파 정승들을 차례로 없앴다. ◆영의정 황보인을 비롯, 이조판서 조극관등을 죽이고 귀양살이도 보냈다. 수양대군의 동생인 안평대군까지 반대파와 내통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 귀양을 보내고 그후 사사했다. 그리하여 피의 정변 끝에 정권을 장악하고 왕위에 오른 것이다. 수양이 제거한 반대파의 생살의 명단은 칠삭둥이 꾀주머니인 한명회가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계유정난이 아니더라도 예나 이제나 정치는 냉혹하다. 왕조시대의 생살부나 오늘의 야당에 나도는 살생부나 그 어감이 으스스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른게 있다면 계유정난의 그것은 사람의 목숨까지 왔다갔다 하나 오늘은 정치생명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어떻든 정치의 냉혈성엔 차이가 없다. ◆신당쪽에선 이런 괴문서의 존재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래도 이름이 오르내린 당사자들은 찜찜하기만 할 것이다. 살생부의 사실 여부는 제쳐두고 이런 것이 나돈다는 자체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시계바늘이 거꾸로 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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