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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북상하며 강해진 “이상한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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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북상하며 강해진 “이상한 태풍”

입력
1995.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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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B급서 A급 변신… 위력 사라호에 육박올들어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강타한 3호 태풍 페이(FAYE)는 일반적인 태풍과 달리 육지에 가까워 올수록 더 강력한 위력을 보여 기상청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보통 태풍은 북위 30도 부근에서 세력이 약화되나 B급 태풍이었던 페이는 거꾸로 23일 상오 9시께 중심기압 9백40헥토파스칼(HPA)의 A급태풍으로 발달, 무서운 속도로 북진 또는 북북동진을 계속했다. 페이가 이처럼 강력해진 이유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바다에 남아있던 다습한 열과 수증기를 흡수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페이는 23일 하오 5시 경남 남해도에 상륙할 때는 9백50헥토파스칼로 다소 약화돼 A급과 B급의 경계선상에 놓였으나 59년 사상 최악의 피해를 냈던 사라(SARAH)의 9백45헥토파스칼에 육박하는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이같은 위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수천개에 해당하는 에너지이다.

또 태풍은 북위 30도를 넘어서면 시속 8∼10로 속도가 떨어져서 제주에서 15∼18시간만에 남해안에 상륙하는 것이 보통인데 페이는 거꾸로 시속 34의 빠른 속도로 5∼6시간만에 남해안 일대를 기습했다. 이에따라 태풍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빨리 지나가 제주등 남해안지방에는 강우량이 예상보다 적은 대신 강풍이 몰아쳤다.

또 상륙시간대가 만조와 겹친 탓에 해일피해가 더 컸고 내륙지방을 관통하면서 지리산 소백산 태백산맥 일대등 산악지역과 부딪치는 진로를 선택, 곳곳에서 집중호우를 불렀다.<남경욱 기자>

◎강풍에 농작물피해 속출/태풍이 할퀸상처/남해안은 만조겹쳐 피해 더해/가로수 뽑히고 곳곳서 정전사태/비닐하우스 2백동 날아가기도/피서객 발묶이고 지리산 32명 한때 고립

태풍 「페이」가 23일 하오 남부해안 지방을 강타하면서 해일과 폭풍우가 일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내륙지방에서는 강풍으로 인한 농작물피해가 잇달았다. 이날 하오 늦게 전국 대부분 지역이 태풍영향권에 들어가자 각 관계기관과 주민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태풍의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경남지역에는 초속 20∼30의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려 곳곳에서 건물이 붕괴되고 정전사태를 빚는등 피해가 속출했다. 경남 통영시 도남동 코렉스전시관 건물 1백여평이 붕괴돼 이 일대 교통이 마비됐으며 마산 창원 진해등 시가지의 가로수가 뿌리째 뽑혔고 상가 간판이 강풍에 날아가기도 했다. 하오4시부터는 마산 시내와 통영 일부지역에 한때 정전사태가 빚어졌다. 하오5시30분께는 마산 합포구 산호1동 수정아파트 나·라동 5∼3층 아파트 장식용 외벽 벽돌이 무너져 승용차 8대가 파손됐다.

○…부산지역 상당수 부실아파트 주민들은 강풍이 불자 붕괴위험을 호소하며 대피하는 소동이 잇따랐다. 부실시공으로 「기우뚱 아파트」로 알려진 부산 영도구 동삼2동 부산시도시개발공사 아파트 108동(20층), 109동(20층) 주민 1백30여명(50가구)은 이날 하오 5시께 초속 40의 강풍으로 아파트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하고 관리사무소와 노인정 등으로 긴급대피했다.

계속된 폭우에 만조시간이 겹쳐 부산 강서지역의 낙동강 하구 농토 3만여평이 침수됐고 이 지역 비닐하우스 2백여동이 강풍에 날아갔다.

○…이날 낮 12시부터 1시간동안 25·8㎜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전남 여수시는 가로수 일부가 부러지고 간판과 가로등 일부가 떨어져 나가 시가지는 황량한 분위기였다. 태풍으로 강한 바람과 빗줄기가 굵어지자 시내 상가 일부가 철시하고 거리의 인적마저 끊기기도 했다. 이날 전남 여천군 남면 두포리와 돌산읍 도실리 마을창고에 보관중이던 정부양곡 1만여가마가 갑자기 불어온 강풍으로 창고 슬레이트 지붕이 파손돼 침수됐다.

○…하오 3시부터 등산로가 잠정 폐쇄된 국립공원 설악산에는 등반에 나섰던 99명의 등산객이 미처 하산하지 못해 인근 6개대피소에 분산 대피했다. 남원 무주 장수등 전북도내 산간지역도 50㎜∼1백20㎜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려 이날 상오 노고단을 통해 지리산을 등반한후 달궁계곡으로 하산하려던 부산 문산산악회 회원 32명이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고립됐다.

○…동해안 해수욕장등 강원도내 유명관광지에는 휴일을 맞아 14만여명의 피서객이 몰려 무더위를 식히다가 태풍 페이의 북상으로 서둘러 대피했다.

북한강 수계의 각 댐도 집중 호우에 대비해 수위조절에 나서 한강수력발전처는 최상류의 화천댐 수문 2개를 열어 초당 40톤의 물을 방류한 것을 비롯, 춘천댐 53톤, 청평댐 49톤, 팔당댐 5백43톤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이날 하오까지만 해도 강풍과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제주지역은 하오 8시를 기해 태풍경보가 해제돼 바람이 잠잠해지는등 평온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제주부근 해상및 남해안 지방에는 여전히 태풍경보가 발효돼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제주기상대는 『태풍이 지나간 제주지방은 지역별로 약간의 비를 내린뒤 24일 새벽께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고 내다봤다.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든 이날 본격적인 휴가철임에도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는 평소 주말보다도 한산했다. 도로공사측은 『휴가철인데도 23일 하룻동안 평소 주말보다도 적은 19만2천여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을 빠져나갔다』고 밝혔다.<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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