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운영예산은 줄고 반환경단체 개발 목청은 높고/들끓는 관광객 생태계 “몸살”/관리 역부족에 개발눈독 겹쳐/소규모 200여곳은 「해제」 위기미국은 1872년 세계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국립공원을 지정한 이래 철저한 보호관리정책을 펴 각국으로부터 「국립공원의 모범국가」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의 국립공원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최대·최고 거목림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세쿼이어국립공원 주차장에는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넘치고 있다. 그랜드캐니언 요세미티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립공원은 여름철이면 시설부족 교통체증 자연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국립사적지 「사가모아 힐」(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별장)은 건물노후로 화재위험이 높은 채로 방치되어 있다.
이런 현상들은 최근들어 미국의 국립공원체계가 직면한 위기를 보여주는 몇가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93년 한해동안 보고된 밀렵 유물도굴등 공원훼손 행위만도 1만6천6백건에 달했다. 미국최대 국립공원 보호운동단체인 국립공원 보존연합(NPCA)의장 폴 프리차드씨는 『미국의 국립공원은 역사상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며 『「국립공원 생존을 위한 전면전」을 펼쳐야 할 상태』라고 주장했다.
급증하는 관광객들은 국립공원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한해동안 2억6천8백만명이 미국의 국립공원지역을 찾은데 이어 올해는 2억7천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무부산하 국립공원관리국(NPS)은 2천년에는 3억6천만명이 국립공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몇몇 인기있는 국립공원지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가 된지 오래다. 요세미티국립공원의 경우 여름성수기 주말에는 공원내에 들어가지 못하는 차량만 평균 2천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공화당이 추진중인 예산삭감정책이다. 2002년까지 연방예산의 균형예산을 달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공화당은 내년도 NPS운영예산을 현재 15억달러에서 10% 삭감키로 했다. 7년동안 현재의 40%수준으로 NPS예산을 줄인다는 것이 공화당의 방침이다. 내무부의 브루스 배비트장관은 하원 「국립공원 삼림 토지 소위원회」증언에서 『이같은 예산삭감이 이뤄지면 수익성이 없는 소규모 국립공원지역 2백여개소는 아예 폐쇄해야 하고 그랜드캐니언이나 요세미티같은 국립공원 입장도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삭감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5월17일 하원 「국립공원 삼림 토지소위원회」는 국립공원체계 개혁법안(H·R·260법안, 일명 공원해제법)을 승인했다. 이 법이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되면 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 국립공원체계에서 해제시킬 지역의 선정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법안은 특히 「방문객이 적은 국립공원」을 1차 제외지역으로 삼고 있는데 환경단체들은 이같은 방침이 방대한 알래스카지역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천연자원개발을 노리는 업자들의 끈질긴 로비가 의회에 먹혀들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공원해제법이 목표로 하고 있는 또 다른 국립공원지역은 대도시 인근의 국립휴양지들이다.
의회가 이처럼 국립공원해제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사회의 보수화 회귀바람을 타고 기세를 얻고 있는 「반환경운동」도 한 몫을 하고 있다. 88년 네바다주 리노에서 발기대회를 갖고 시작된 「와이즈 유스(현명한 이용)운동」이 대표적인 사례. 1백50여개 단체대표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알래스카석유개발 ▲국립공원을 비롯한 모든 공유지의 개발 ▲자원개발에 장애가되는 야생동물 보호정책폐지등 25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서부지역 반환경단체들이 중심이 된 이운동은 벌목 채탄 화학 여가산업부문 회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운동의 주창자 가운데 한명인 자유기업수호센터(CDFE)사무총장 론 아놀드씨는 『환경은 개인의 경제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보호돼야 한다』며 『현재의 환경보호운동은 자연을 위해 인간을 희생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대중으로부터의 자연자원보존이 아닌 대중을 위한 자연보존」을 표방하고 있는 블루리본연대(BRC)를 비롯한 많은 「반환경운동」단체들이 최근들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나누기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NPCA대변인 캐드린 웨스트라씨는 『국립공원을 사유재산권의 침해로 보는 이같은 보수단체들의 운동이 최근 국립공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들은 국립공원들을 없앰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은 그로써 잃게되는 정신적 가치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라는 점을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인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뉴저지주 게이트웨이국립휴양지 관리책임자 케빈 버클리씨는 『이곳에 있는 동안 사람들은 도심에서는 결코 얻을수 없는 안식과 경험을 하게 된다』며 『이것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국립공원이 남아 있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게이트웨이 샌디훅 레인저대장 프랭크 밀스씨/자연·인간 만남 지키는 파수꾼역할/공원 해제 움직임에 고개 절레절레
『멸종위기에 놓인 휘파람물떼새, 바닷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물수리, 동부지역에 마지막 남은 호랑가시나무 군락지, 오리, 거북이, 두꺼비 조개류…』
공원내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을 줄줄 꿰뚫고 있는 뉴저지주 게이트웨이국립휴양지 샌디훅지구 레인저대장 프랭크 밀스(45)씨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만남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레인저란 국립공원관리국 (NPS)에 소속돼 국립공원지역내의 치안유지와 주민서비스 자연보호를 담당하는 사법공무원.
밀스씨가 부하 레인저 26명과 함께 근무하는 샌디훅은 뉴욕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거리에 있는 해변공원지역이다. 길이 7마일 너비 3마일의 조그마한 공원이지만 뉴욕인근의 유일한 국립휴양지라 여름철을 중심으로 연간 2백50만명이 찾아와 휴식을 취한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하고 카약도 탈 수 있는 직장이 또 어디있겠느냐』고 반문하는 그는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레인저는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중의 하나』라고 자랑한다. 레인저는 자연보호·관찰에서부터 관광객안내 범법자체포에 이르기까지 공원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리한다. 평소에는 미아들의 부모를 찾아주고 잠긴 자동차문도 열어주는 자상한 이웃집 아저씨같지만 공원내의 동·식물들을 해치거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을 보면 가차없이 경고장이나 벌금을 부과하고 필요하다면 무력까지도 불사한다.
프랭크 밀스씨는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 웨스트 버지니아주에서 교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해 방학동안 하퍼스페리 국립사적지에서 임시직 레인저로 일하다가 이 일에 흠뻑빠져 아예 직업을 바꿔버렸다. 레인저생활이 어느덧 20년을 넘어선 그는 매일 근무시간외에도 자발적으로 공원을 순찰하는 열성으로 현장레인저로서는 최고직급인 레인저 대장자리에 올랐다.
그는 최근 의회가 예산절감을 위해 일부국립공원의 지정해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한 소견을 묻는 질문에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뉴저지주 샌디훅="김준형" 특파원>뉴저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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