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미국방문길에 오른 김영삼 대통령의 환송행사가 종전에 비해 간소해 진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통령의 외국방문때마다 공항환송식에 관례적으로 초청되던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야당인사를 초청하지 않아 60여명에 달하던 출영객이 행정부 중심 40여명으로 줄었고, TV생중계도 하지 않았다. 공식 비공식 수행원도 가능하면 줄이려고 애썼다고 한다.이런 조치들은 삼풍백화점 참사의 와중에서 대통령이 해외나들이를 하게 된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인데, 대통령도 출국인사에서 그 점을 언급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조치가 대통령 의전절차와 의례적 행사를 간소화하려는 일관된 노력의 일환이며, 계속 그런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더욱 환영할만 하다.
김영삼대통령은 취임후 청와대 살림을 서민적으로 바꾸고, 대통령 의전절차를 간소화하는데 신경을 써왔다. 청와대의 손님접대 메뉴로 칼국수 설렁탕등의 일품요리가 등장한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어떤 부문에서는 과거의 의례적인 의전행사들이 변화없이 계속되어 문민정부의 통일된 이미지가 자리잡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대통령이 해외방문을 할때마다 공항에서 치르는 환송·환영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TV로 생중계되는 그 행사를 지켜보면서 과거정부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광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3부요인 수십여명이 도열하여 대통령내외를 환송·환영하는 모습은 시대착오적으로 비쳤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일해야 할 시간에 공항으로 달려 나오다니 낭비가 얼마인가라고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포공항은 다른 나라의 그 어떤 공항보다도 소란스러운데, 그 이유는 환송·환영객이 많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지, 직장동료나 상사등의 여행을 환송·환영하러 공항까지 나간다는 것은 원래 좋은 풍습이었지만,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제해야할 풍습으로 꼽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통난속에 공항까지 나가는 어려움이 클 뿐 아니라 공항일대의 교통과 시설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외국방문을 일반인과 비교할수는 없겠지만, 공항행사를 요란하게 치르는등 외국방문을 지나치게 선전하는것은 자제해야 한다. 외국방문 역시 대통령의 업무중 하나일 뿐이라는 차분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방미에서의 행사간소화 노력이 하나의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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