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이주 한인수난사 생생히/본사·국립극장 장막 희곡공모 입상작/치밀한 고증·컴퓨터영상 사실감 더해/고설봉 등 중견배우 단역출연도 눈길광복 50주년 기념공연으로 이주한인을 다룬 국립극단의 「눈꽃」이 8월2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개막된다. 한국일보사와 국립중앙극장이 지난해 실시한 2천만원고료 장막희곡공모에서 가작 당선된 우봉규씨의 작품이다.
1937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될 때 여기에서 빠져나와 북만주로 이주, 새 마을을 개척한 촌장 김정(권성덕 분) 가족의 역사를 통해 한민족의 수난과 그 극복의지를 그리고 있다. 『특정 독립운동가를 영웅화하기보다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대중의 생존의식에 초점을 맞췄다』는 작가의 말처럼 원작은 김정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김석만은 여기에 스탈린의 정책결정과정, 강제이주에 대한 증언등을 치밀하게 배치해 역사적인 깊이를 더해준다. 이미지를 합성한 김형수(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의 컴퓨터영상, 해설적인 대사연기등은 브레히트의 서사극적인 요소들이다.
끈질긴 생명력이라는 작품의 핵심은 「땅」 「흙」의 이미지로 집약된다. 객석의 일부를 뜯어내고 설치한 이태섭의 무대는 중앙과 양쪽이 앞으로 돌출되어 있고 뒤쪽으로 갈수록 층이 높아진다.
총 19장중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장에서 다음 세대로 면면히 전해지는 흙 한 줌은 바로 떠난 이들의 고향이다. 두만강 너머 이역땅으로 온 김정의 부모가 고향땅을 향해 절을 하며 앞에 놓았던, 김정의 품에 간직된 그 흙 한 줌은 죽은 아들의 약혼자 서연에게 건네진다. 서연은 일단의 젊은이들과 함께 『우리 손으로 땅을 일구고 마을을 세우는 일은 우리가 싸워서 찾은 땅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하며 광복군을 찾아 떠난다. 여기서 흙의 의미는 고향땅에서 민족의 앞날로까지 확장된다.
단우회(국립극단 전단원 친목단체)의 고설봉 강계식 신구 김성원 이치우 기정수 심우창등이 증언자와 연사등 「중후한 단역」으로 특별출연한다. 배우들을 먼저 두고 성격과 작품을 다듬어 온 김석만은 이러한 각색과정이 「문자 이전의 연극작업」과 닮아 있어 더할나위 없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습하면서 가장 벅차올랐던 순간은 알마아타 출신으로 국립극장 연수프로그램에 참여중인 배우 김학련(국립조선극장 단원)이 대본을 보고 『바로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때였다. 증언자로 출연하는 그에게서 약간 어색한 억양과 함께 남다른 감회가 묻어난다.
8월11일까지 하오 7시30분 토일 하오 4시. 274―1158<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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