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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계약자 싸움이 한국형관철 논쟁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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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계약자 싸움이 한국형관철 논쟁 비화

입력
1995.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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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경수로지원사업의 주체는 어떻게 되고 한국형 경수로의 관철은 가능한가. 최근 원자력연구소 이병령 전본부장의 해임과 한전·미컴버스천엔지니어링(CE)간의 양해각서(MOU)를 둘러싸고 불거진 한전과 원연간 입장대립이 한국형 관철여부로까지 번지고 있다. 주계약자의 임무, 기술 자립도, CE의 역할, 주계약자의 능력 등에 대한 양측의 시각이 맞선 가운데 한국형 관철이 가능하다는 한전과 이에 부정적인 원연의 주장을 정리해본다.◎한전측의 입장/“CE사참여 한정… 한국형 문제없어”/이미 마무리된 사항 논란 국익에 도움안돼

한전은 원자력연구소의 주장을 문제의 핵심을 모르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의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과의 양해각서로 인해 한전이 북한 원전건설에 주계약자로 참여할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이 한전의 입장이다.

CE와 교환한 양해각서의 교환시점이 경수로가 한국형인지 미국형인지를 결정하지 못한 지난 3월이므로 이 양해각서는 북한 경수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한전측의 입장이다.

한전은 특히 북한과 미국은 경수로 건설에 울진 3, 4호기를 참고모델로 한다고 합의했으므로 울진 3, 4호기 건설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북한경수로 건설에도 똑같은 지분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울진 3, 4호기 건설에서 전체 공사비중 2·4%를 차지했던 원자력연구소나 6·1%의 지분으로 참여했던 CE나 모두 전번과 똑 같은 지분으로 북한 원전건설에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자력연구소는 현재 상황으로는 북한에 건설될 경수로가 말만 한국형이지 절대 한국형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기업이 일정지분을 갖고 마음대로 제3의 기업을 선정하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자격까지 갖고있는데 어떻게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한국형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한전측은 한국형경수로란 말 자체부터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전은 한국형경수로란 한국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원자로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대북경수로사업에 제공될 울진 3, 4호기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한전은 이에 따라 울진 3, 4호기 건설에 참여했던 CE측이 대북경수로사업에도 한국형 경수로의 범위내에서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전은 새로운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프로그램코디네이터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기업이 프로그램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기로 한 것은 북한이 남한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회피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치적 이유를 들어 북한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사업 전체를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전은 원자력연구소가 자신이 주계약자의 하나로 참여해야 한국형이 보장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히 반박하고 있다. 한국형을 보장한다는 문제는 이미 울진 3, 4호기를 참고키로 한 결정으로 마무리된 것이며 연구소는 울진 3, 4호기 때와 같이 원자로 설계와 핵연료계통 설계만 맡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주계약자는 기기제작 설계 시공 시운전 관리등을 총괄적으로 맡아야 하는데 연구소의 기능으로는 무리라는 것이다.

한전과 일부 관계자들의 말을 요약하면 한국형, 주계약자, CE와의 협력문제등은 이미 모두 논란의 여지없이 마무리된 것들이어서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것은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이종재 기자>

◎원연측의 입장/“한전 단독기술로는 미독주 못막아”/관리·감독 등 넘겨 자칫 하청업체로 전락

대북지원 경수로의 노형으로 한국형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주계약자로 한전을 단독 내정한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원자력연구소측과 원자력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까지의 계획대로 경수로지원사업을 수행할 경우 한국형의 관철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한전의 주계약자 수행능력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주계약자란 ▲원전의 전체적인 구도(노형설계)를 결정하고 ▲주변기기의 역할및 사양을 결정하며 ▲기기제작자를 선정, 기기가 설계및 사양에 맞는가를 점검하고 ▲공정을 모니터링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원전의 성능과 안전성 전반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예산분배나 공정검토 등만을 관할하는 발주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턴키방식의 원전건설은 이같은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원자력계통 설계기관이 주계약자를 담당해온 것이 세계적인 관례라는 것이다.

이들은 원전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한전이 주계약자로 단독 내정돼 결국 원자로계통 설계업체인 CE사가 공정관리, 주변기기 제작업체 선정, 안전성 평가 등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의 근거로는 3월9일 체결된 양해각서에서 북한에 공동진출키로 약속한 조항을 들고 있다. 더욱이 경수로 지원사업을 조정하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프로그램코디네이터(설계감리자)를 미원전업체가 맡도록 돼있어 사실상 CE사로 결정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설계감리및 승인권, 주계약자 비용지출에 대한 승인권, 원전의 성능과 안전성 평가 등 주계약자업무의 대부분을 CE사에 넘겨주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경수로사업의 주도권을 결국 미국이 갖게 된다는 결론이다.

이 과정에서 원자로계통 설계를 하청받은 원연측이 울진 3,4호기와 똑같은 설계도를 작성, 제출한다고 해도 설계감리사를 맡는 CE사가 수정한다면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전의 주장대로 경수로사업에 울진 3,4호기 지분대로 참여해도 한국은 CE의 하청을 맡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6월 콸라룸푸르에서 채택된 북·미 경수로합의문에 「한국형」을 명기하는 데 실패하고 「참조발전소」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 CE사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CE사는 울진 3,4호기를 자사의 「시스템80」의 「가족모델」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경수로 건설후 원전의 안전관리도 설계감리자인 CE가 계속 맡아 결과적으로 한국은 돈만 대고 미국이 원전사업을 주도·관리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원연측이 『한전은 사업관리분야를, 원자로계통 설계자인 원연은 기술분야를 총괄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수로 제작단계부터 모니터링하고 설계변경을 감시해야 한국이 중심적 역할에 설 것』이라고 주장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선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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