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이 유죄인가.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적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단행했던 대표적인 경제개혁작품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6·27지방자치단체선거에 참패한 민자당은 패인을 이 쌍둥이 실명제에서 찾고 「개혁의 보완」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같다. 김윤환(김윤환)사무총장, 이승윤 정책위의장등 민자당지도부는 『양 실명제가 전통적으로 여당의 지지세력인 보수중산층과 농민층을 뒤흔들어 반민자분위기를 확산시켰다』고 진단하고 『개혁정책의 틀은 유지하더라도 국민이 불편을 느끼는 점은 과감히 고쳐야 15대총선을 기대해 볼수 있다』고 처방했다.민자당의 개혁보완론에 대해 홍재형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등 정부측은 『문민정부 출범후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가 금융실명제인데 이를 보완하겠다고 하면 불확실성이 전반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불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해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개혁유지론으로 맞서고 있다.
당·정의 개혁보완시비에 대해 개혁의 주도자인 김대통령은 극명하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지 않다. 그는 지난21일 민자당고문들과의 오찬에서 『변화와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하려고 하는데 당에서 여러말이 나와 마치 개혁이 후퇴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같아 염려된다』며 『미비점이 있으면 당·정이 조용하고 꾸준히 연구·보완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속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딱집기는 어렵다. 현상유지와 보완 어느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 분명치 않다.
아니면 단순히 표현 그대로일 수도 있다. 어떻든 양 실명제를 현재의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지금으로서는 「보완」보다는 「일관성」과 「정착」에 우선을 둬야 한다. 「보완」 또는 「수정」을 한다면 법규정의 완화나 실시시기의 연기등을 의미하게 되는데 시기적으로 봐 개혁이 물건너간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민자당이 왜 경제개혁을 6·27선거참패의 주요인으로 들고 나오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민자당의 패배는 김대통령과 민자당의 정치및 선거전략·전술의 미숙과 실패에 있다고 볼수 있다. 최대의 실책은 김종필 당대표의 출당이었다. 충남·북지역의 지역대표성을 갖고 있는 그를 토사구팽한 것이 「지역영주」로서의 그의 재기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국민이 원치 않는 「3김시대」가 재연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개혁 및 통치행태도 문제였다. 숨돌릴 사이 없이 연속 터지는 정치·경제·사회개혁은 화려한 시작만 있고 후속 실행계획이 부실하거나 미처 뒤따르지 않은 것이 많았다. 또한 깜짝쇼 형식으로 이뤄진 것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케 했다. 청와대주인이 되면 통상 그렇게 되는 것이지마는 시간과 더불어 진해지고 있는 권위주의적 통치행태는 그를 「거리의 사람」들과 멀어지게 했다. 또한 선거에서 2김에의 대응전략으로 내세운 세대교체론도 구호에 그쳤다.
이번 지자체선거의 적벽대전이었던 서울시장선거에서 60대중반이고 이념적으로도 신선미 없는 정원식 전총리를 후보로 선택한 것은 세대교체전략과는 걸맞지 않았다. 공천의 잘못도 패배의 상당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자당은 이처럼 패배요인이 주로 경제이외의 분야에 있는데도 뭣때문에 경제개혁에 화살을 겨누는가. 정부는 당의 강청에 못이겨 이번 지자체선거에서도 조합택시의 부가세감면, 전업축산농가구매사료의 부가세면제등 특정이익집단에 대해 조세감면의 혜택을 줬다. 선거가 끝난 후에 열린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가 한통속이 돼 각 도에서 자도생산주류의 50%소비를 의무화하는 주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장개방에 정면도전하는 위헌적 입법이다. 민자당의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보완요청은 경제정의를 뒷전으로 미루고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호해주자는 것이다. 기득권층의 보호는 좋으나 국민 다수의 희생이 없이 이뤄져야 한다. 탈세·음성금융거래·부동산투기등 망국적인 경제의 해악을 방치해 둘수는 없는 것이다. 민자당은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한다면 경제가 황폐화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논설위원>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