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이 붕괴됐던 지난달 29일 오래전 본 신문기사가 내 머리에 떠올랐다. 1779년 이벽, 정약전·약종·약용 형제와 이승훈 선생등 초기 천주교 신자들이 성경을 읽으며 교리를 깨우쳤던 경기 광주군 퇴촌면 우산리 우리나라 천주교 성지 천진암자리에 한국가톨릭 3세기를 기념해 대성당 공사를 착공한다는 기사다.18만여평의 부지에 지상2층 지하1층, 연건평 1만여평 규모의 성당 기공식은 86년 당시 국내에서 큰 화제였다. 기사는 천진암성역화위원회가 이곳에 세계적으로 길이 남을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1백년후 완공을 목표로 웅대한 건립계획을 마련, 첫 삽질을 했다는 내용이다. 터닦기와 설계에 30년, 골조공사에 20년, 내부공사에만 50년을 계획하고 있다는 눈을 의심할 만한 기사였다.
게다가 당시 건축공사에 관여한 성직자들의 말은 금싸라기 같아 두고두고 내귀를 떠나지 않았다.
성역화위원회 변기영 신부는 유럽의 로테르담성당 성베드로대성당등을 예로들면서 『우리는 너무나 당대주의에 사로잡혀 매사 단시일에 해내려고 무리를 한다』면서 『독립기념관을 5년에 완공하고 예술의 전당을 3년만에 개관하는등 졸속 공사는 이제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물을 짓는데는 건축기술외에 세월이라는 원료가 반드시 가미돼야 한다』는 말도 가슴에 와 닿았다.
당시 건립위원회 총재 김남수 주교의 『사람은 바뀌어도 사업은 계속되는 풍토, 세대는 바뀌어도 역사는 전승되는 문화가 아쉽다』 『대성당 건립이 우리겨레의 정신개혁을 가져오는 하나의 정신교육 교과서가 되길 바란다』고 한말도 가슴을 두드렸다. 집을 짓는데도 신념이 깃들어야 한다는 의미임이 분명하다.
이같은 평범한 진리를 우리 모두가 잊고있는 사이 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괜찮아」 「빨리」 문화의 필연적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미증유의 삼풍백화점 붕괴대참사는 사고발생 20여일만에 구조작업이 일단락되고 수사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느낌이다. 이 사고도 어김없이 인재였고 또 관재였다.
22일 현재 인명피해가 사망 4백58명, 실종 1백44명으로 전쟁에까지 비견되기도 한 이 사고도 대책없이 이제 서서히 신문의 머릿기사 자리를 물려주는 것 같다. 책임소재도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채 국민의 뇌리에서 잊혀져 간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천진암성당을 짓는 성직자들의 「금과옥조」도 삼풍백화점 참사가 남긴 값비싼 교훈도 모두 잊어서는 안된다. 이땅에서 인재,관재를 영원히 몰아내기 위해 삼풍백화점 터에 큰 표석을 세워 처참한 사고기록을 적어 두자.<기획관리부장>기획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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