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함부로 다뤄 “또다른 인재”/늑장 보고·오염방치 등 문제 심각고리원전의 방사능누출 사고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부실과 늑장보고가 결합된 또 하나의 인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번 방사능누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방사성 폐기물처리 설비의 노후와 운영관리의 낙후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고리원전은 이미 가동된 지 17년이 넘은 국내서 가장 오래된 원전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방사성 폐기물을 드럼통에 담는 과정에서 방사능이 표면에 묻기 때문에 제염작업이 필수적인데도 고리원전의 경우 오염물질을 닦아내는 제염설비를 전혀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폐기물운반 용역회사 인부들이 아세톤등을 묻힌 수건으로 드럼통 표면을 닦는 등 위험천만하게 방사성 폐기물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6월이후의 제염작업기록조차 전혀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제염조치가 생략된 채 폐기물이 운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원전 종자사들의 늑장보고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달 19일 누출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사고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보고하고 12일이나 지난 뒤에야 오염지역의 제염조치를 취한 것에서도 원전종사자들의 해이한 안전의식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경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전종사자와 주민들에게 사고즉시 알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홍덕기 기자>홍덕기>
◎주민 반응/“왜 숨기나” 분노… 횟집 영업타격
【양산=정재락 기자】 고리원전에서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된 사실이 밝혀지자 인근 주민들은 『원전건설 이후 20여년동안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방사능 누출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핵폐기물저장고 설치반대를 요구하며 격렬하게 가두시위를 벌였던 「핵폐기물 영구저장고 설치반대 투쟁위원회」(위원장 강현호·50)는 『고리원전측이 안전대책을 확실하게 세우지 않을 경우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혀 「제2의 양산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 김희대(45)이장등 이장단 20여명은 21일 하오 2시 고리원전을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고리원전 전재풍본부장과 과학기술처 배태민실장등에게 『방사능 누출사실을 은폐한 것은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자연방사선량보다 최고 1백60배나 초과한 방사능이 누출된 경위 ▲방사능 초과누출사실을 은폐한 이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등을 따졌다.
한편 평소 부산 울산등지에서 찾아온 손님으로 북적대던 기장군 일대 횟집에는 방사능 초과누출사실이 알려진 21일 하오부터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어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방사선 피해/「자연량」보다 많지만 인체영향은 미미
이번 고리원전 방사성 폐기물에서 누출된 방사능의 양은 가장 오염이 심한 폐기물저장고 부근이 시간당 최고 5렘으로 자연방사선량보다는 월등히 많지만 인체에 대한 직접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일시에 2만5천렘(방사선 피폭량단위) 이하의 방사선을 쪼여도 인체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10만렘이상을 쪼일 경우 비로소 구토나 권태, 무력감 등을 느끼게 된다. 30만렘을 쪼이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70만렘이상이 피폭될 경우 생명에 위협을 주게 된다. 1회 X선촬영시 방사선 피폭량이 1백렘 정도다.
세계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방사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람에게 신체적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 허용기준을 일반인의 경우에는 연간 5백렘, 원전종사자는 5천렘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기처는 이번 방사능누출사고에 대해 『오염지역에 20시간이상 노출돼도 1회 X선촬영때와 같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선연규 기자>선연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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