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등 주요 개혁정책의 방향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민자당은 개혁의 기조는 유지하되 방법상 문제가 있는 부분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수정이나 보완이 개혁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현행 골격을 유지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대립은 여야의 대립못지않게 팽팽하다.민자당측의 요구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가장 큰 원인이 개혁정책의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방선거후 처음 열린 20일의 고위당정회의에서 나온 당측 인사들의 발언은 매우 신랄하다. 이춘구대표 이승윤정책위의장 김윤환사무총장 정재철전당대회의장등 고위간부들은 『개혁정책의 부작용을 검토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 참패도 불을 보듯 뻔하며, 이는 정권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좀더 자세한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우선 대다수의 국민은 (자기자신이 중산층 또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까지도) 금융실명제나 부동산실명제 때문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 나는 월급액수로 볼때 분명히 중상류층에 속하고, 부동산과 현금도 어느정도 소유하고 있지만, 실명제에 심각한 위협을 느낀적이 없다. 개혁으로 손해보는 사람이 전체인구의 몇프로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을 찍었지만, 정부의 개혁에 반대했기 때문은 아니다. 개혁을 추진하는 스타일이 너무 오만하고, 즉흥적이라는 인상을 주는것이 불만이다. 일련의 개혁조치는 이 정부의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적인 여론을 살펴볼때 개혁의 부작용으로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민자당 지도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들은 금융실명제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부동산 실명제가 농지거래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좀더 구체적인 근거와 개선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정부는 『자칫하면 개혁의 후퇴로 비판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당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는데,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마련하겠다는 개선안까지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완이냐, 후퇴냐 언성을 높이는 모습에서 피해의식과 불신을 엿보게 된다. 공개적인 토론으로 「후퇴」가 아닌 보완책을 찾는다면 국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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