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인구 절반 보복피해 떠돌이 생활보스니아 세르비아계가 유엔 안전지대인 스레브레니차를 점령한 것은 지난 12일. 세르비아계 군인들은 회교도주민들을 회교정부 관할 지역으로 강제추방하면서 이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과 강간, 약탈등 「인종청소」에 즉각 나섰다.
스레브레니차에서 쫓겨온 67세의 무스파타 코스픽씨는 『버스가 스레브레니차 외곽에 이르자 군인들은 젊은 남자와 여자를 내리게 했다. 버스안에 남아있던 노약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자들의 목을 칼로 베어 죽이고 젊은 여자들을 강간했다』고 말했다.
내전으로 형제 6명이 모두 죽었다는 사카 베지로비치(32)씨는 『우리는 안전지대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유엔 평화유지군이 우리를 지켜줄 것으로 믿었다』면서 『그러나 12일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희망마저 버렸다』고 절규했다. 세르비아계의 살육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은 생존의 대가로 악몽과 절망을 얻었다.
실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도 생기고 있다. 지난 12일 이후 스레브레니차 주민중 인종청소로 죽거나 실종된 사람의 수는 2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인구 4만명 가운데 절반이 소리도 없이 사라져 간 것이다. 4년째에 접어든 보스니아 내전에서 20여만명이 이렇게 억울한 죽음을 맞았으며 전체인구 4백50만명의 절반인 2백만명이상이 보복을 피해 정든 땅을 떠나 떠돌고 있다.
인종청소는 세르비아계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국제적십자사(ICRC)등 공신력을 지닌 국제기관들은 교전 당사자인 보스니아 회교정부와 세르비아계 모두 반인륜적 만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세르비아계가 회교도를 대규모로 수용, 「현대판 아우슈비츠」로 외부에 폭로됐던 보스니아 북서부 오말스카의 수용소가 내전이 촉발된 지 불과 2개월만인 92년 4월 설립된 사실만 봐도 인종청소가 계획적·조직적으로 자행됐음을 알수 있다. 이에 따라 유엔은 국제전범재판소를 구성, 책임자를 전범으로 고발하는등 재발방지에 나서고 있으나 증오에 눈 먼 전쟁당사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