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참사로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지난 18일 검찰이 발표한 5·18최종수사 결과와 불기소 결정이 다시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사람들은 특히 두가지 점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 첫째는 계엄군의 시민 학살, 둘째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 논리다.1980년 5월18일 시위군중을 진압하기 위해 계엄군이 투입되면서 시작된 광주사태는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채 진행됐고, 국내 보도진의 취재 보도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 긴 세월동안 광주시민들은 이중삼중으로 상처를 입었다. 타지역 사람들은 그들이 말하는 진실을 대부분 믿지 않았고, 진실을 말하면 할수록 그들은 소외됐다.
이번에 검찰이 밝힌 계엄군의 시민 학살 사례들은 진실을 유언비어로 받아넘겼던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광주시민들에게 거듭 상처를 입혔다는 죄책감, 역사와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편히 잠들 수 있었던 현실도피, 죄지은 자들을 두둔하고 피해자들을 불신했던 경솔함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6·25가 동족상잔의 전쟁이었음을 오늘도 뼈아파하는 우리가 우리의 군에 의한 양민학살을 겪었다니, 그리고 그 사실을 15년후에야 밝힐 수 있었다니, 공소시효가 지나서 그 만행을 처벌조차 할 수 없다니,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세계화를 외치는 정부가 어떻게 이런 일을 국민에게 참으라는 것인가.
11공수여단 62대대는 80년 5월23일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는 미니버스에 총격을 가해 무고한 시민 12명이 숨졌다/ 5월24일 11공수여단은 타병력의 오인사격으로 부대원 9명이 죽자 인근 마을을 뒤져 주민 5명을 사살했다/ 5월21일 3공수여단은 연행한 시위대를 트럭에 싣고 가다 트럭 천막안에 최루탄을 터트려 5∼6명을 숨지게 했다/ 5월21일 3공수여단은 길가던 일가족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1명을 죽이고 철수과정에서 숨지게 한 시민 12명의 시체를 암매장했다… 이것은 월남전 기록이 아니고, 검찰이 밝힌 광주사태 기록이다.
『외국의 사례를 검토해도 권력장악에 성공한 뒤 십여년이 지나 문제삼은 전례가 없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공소권 없음」의 설명이다. 「이기면 공신 지면 역적」이라는 귀에 익은 옛말을 들춰내어 국민에게 납득하라니, 그렇게 할 수 없는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광주」는 조용하게 벗을수 있는 짐이 아니고, 검찰이 판단할 일도 아니다. 정부는 정부의 몫을, 사법부는 사법부의 몫을 다하면서 함께 고뇌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것이 이 정부에 부여된 시대적 요구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