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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칼럼

입력
199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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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만한 쓰레기도 챙겨가는 개개인의 작은 정성이 모여 좋은 환경·깨끗한 자연 만든다”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 살다가 늘어나는 차량 때문인지 목이 자주 아파 지난해 5월 자곡동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새로 이사한 곳은 대모산 기슭이어서 공기가 좋아 아침마다 등산을 하는 것이 일상의 큰 즐거움이 됐다.

아침 일찍 산길을 걷노라면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귀가 맑아지고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풀잎 나뭇잎 냄새는 영혼까지 깨끗이 씻어준다. 산 중턱에 오를 무렵 해가 떠오르고 나뭇가지 사이로 청량한 햇살이 비쳐오면 삶의 시름이 한순간에 가시고 생명의 신비와 생존의 기쁨으로 가슴이 저려온다.

그러나 그렇게 즐거운 마음은 곧 등산로 여러 곳에 흉측하게 흩어져 있는 플라스틱 물병과 비닐봉지들로 상처를 입는다.

약수터 근처 운동하는 장소에는 깔고 앉았던 신문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고 음료수 깡통과 유리병들이 마구 뒹굴고 있다. 심지어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까지 그대로 버려져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를 맑고 즐겁게 해주는 숲속에 어떻게 이런 쓰레기들을 버릴 수 있는지 그 강심장과 몰염치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자기집 안방이나 정원에 이런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을텐데 어찌 여러사람이 즐기는 장소를 이렇게 더럽힐 수 있을까. 아직도 우리사회는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런데 버리는 사람의 의식도 문제지만 더러운 쓰레기들을 보고 치울 생각도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의 의식도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우리가 함께 즐기는 청정한 장소에 빈병이 굴러 다닌다면 치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보다못해 나는 아침마다 비닐봉지를 들고 등산 길에 나서 빈병과 과자껍질등 쓰레기를 주워 담아 오고 있다.

그런데 열심히 쓰레기를 치워 놓고 며칠 후에 가보면 어김없이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고 등산객들은 내가 그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고도 태연히 그냥 지나쳤다. 이제는 나도 계속 쌓이는 쓰레기에 지쳐 학생들이 자연보호운동을 하러와서 치워주기를 은근히 바라게 되었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하면서도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끝없이 버려지는 쓰레기 치우기에 지쳐버린 것이다.

이번 휴가철에도 예년처럼 전국의 명산과 해수욕장마다 엄청난 쓰레기가 쌓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환경보전」은 자연에 손톱만한 쓰레기라도 버리지 않으려는 시민 개개인의 작은 정성에서 시작되는 것이다.<안상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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