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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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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신호)지진때 사망자 명단 가운데 노인이 유난히 많았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 아사히(조일)신문 집계에 의하면 사망이 확인된 1천6백56명중 60세 이상의 노인이 52%나 됐다. ◆세계적 장수국으로 이름이 난 일본에서도 이처럼 노인이 집단사망한 예는 없었다. 지진을 당한 지역이 낡은 목조건물 밀집지역이어서 가옥의 붕괴위험이 높았던 것도 그 원인의 하나로 꼽혔다. 아들 딸을 모두 출가시킨 뒤 노인들만 옛날 집에 남아 살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이다. ◆젊을 때 아무리 건강했던 사람도 60세가 넘으면 갖가지 성인병의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운동능력이나 기억력이 현저하게 감퇴한다. 고베지진에 희생된 노인들의 경우도 그들의 신체와 정신력이 갑자기 닥친 재난에 기민하게 대처하거나 구조를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쇠약했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달과 경제성장에 따라 보건환경이 좋아지면서 인구의 노화현상은 특히 선진국에서 하나의 추세를 이루고 있다. 독일에는 노인당이라는 것이 있어 국회에 의원도 내보내고 각종 사회운동에도 참여함으로써 노인의 입김을 과시하고 있다. 젊을 때부터 모아놓은 재력이 있고 정계나 재계에 아는 얼굴도 많아서 여러가지 일에 로비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어서 본격적인 국정참여보다는 노인복지 정책을 논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 우리 국민이 정계에 갈망하는 것은 새인물의 등장이다. 일반적으로는 정신력과 기억력이 쇠퇴해 건망증이 심해지고 창조적 발상을 내놓기 어려운 노인들에게서 발전적인 정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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