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호전됐지만 복귀해도 예전같지 않을듯위독설이 나돌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0일 모스크바 중앙병원에 입원한지 8일만인 18일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국영 채널 1TV는 이날 옐친대통령이 병실로 문병온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그와 업무를 협의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옐친은 또 러시아 공영 ORT TV와의 회견에서 『병세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빨리 퇴원해서 직무를 수행하고 싶지만 의사들이 만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TV화면을 통한 옐친의 모습은 다소 수척하고 말이 느렸지만 전체적으로는 건강이 좋아진 것으로 보였다.
심장 질환을 이유로 입원한 옐친은 당초 지난 주말 퇴원할 것으로 발표됐다가 돌연 24일까지의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계속 병원에 머물기로 해 위중한 상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14일 이번 입원중 찍은 것이라며 공개된 옐친의 사진이 지난 4월 러시아 남부 카슬로포드스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증폭됐다.
크렘린궁 측근들은 옐친의 입원으로 권력의 중심축이 체르노미르딘 총리로 이동하려는 분위기를 매우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크렘린궁은 그동안 옐친이 병상에서 업무를 보고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는 11개월의 잔여임기동안 옐친의 레임덕 현상을 우려하는 측근세력들의 전략이었다.
크렘린궁 참모진들은 옐친이 차기대선에 출마, 재집권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 옐친이 병때문에 출마하지 못하면 모든 권력은 체르노미르딘총리에게 넘어가고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기반 또한 위협받게 된다. 크렘린궁 측근세력들은 이 때문에 옐친의 병세에 관한 정보는 물론 면회객들도 극히 제한해왔다.
옐친의 부인 나이나조차 남편이 입원한 후 한차례 병원을 찾았을 뿐이다. 주치의 역시 병세에 대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있다.
이때문에 옐친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문이 확산됐으나 옐친은 오는 12월 17일 의회선거를 실시한다는 포고령에 서명하는 등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옐친은 18일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방문을 받고 그에게 몇가지를 지시하는 등 아직도 대통령으로서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노령(64세)에 건강이 좋지않은 그가 크렘린궁에 복귀하더라도 예전처럼 권력을 행사하는데는 상당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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