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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반상회 어떤 모습인가/“바쁜데 뭘…”참여율 30 ∼40%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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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반상회 어떤 모습인가/“바쁜데 뭘…”참여율 30 ∼40%그쳐

입력
199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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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참 세대들에 벌금 물려도 효과 없어/“너도 나도 반장기피” 수시로 바뀌기도지난 5월25일 열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H아파트 323동 반상회. H아파트 단지에서 반상회 참석률이 꽤 높은 반이었지만 전체 35세대에서 15명만이 참석했다.

이날 반상회에서는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요령과 투표에 꼭 참가하자는 동사무소 통보사항, 아파트 하자보수, 화단을 가꾸는데 따른 회비납부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상습 불참자에 대한 제재문제에 이르자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아예 반상회에서 빼버리자』 『바빠서 그러는데 그럴 것까지야 있느냐』고 여러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7월부터는 불참세대에 대해 1천원씩의 벌금을 걷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바쁘다는 핑계로 매번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하자보수 같은 공동의 문제에 대해서 조차 무관심한데는 어떤 식으로든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일산신도시 강선마을에 사는 조모(36)씨는 입주한지 2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반상회에 참여해 본적이 없다. 맞벌이 부부다보니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특별히 반상회 참여를 강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껏 옆집에 사는 사람들과도 의례적인 인사만 나누고 있다.

분당신도시에서는 1년 또는 6개월마다 돌아가는 반장을 서로 맡기 싫어한다. 그래서 반장 기피세대에는 수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지만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는 세대가 대다수다.

반상회날 십여명이 모이면 우선 나머지 가족의 활동이 제약을 받는다. 더구나 다과상 하나를 준비하려 해도 몇만원이 든다. 이때문에 2∼3달에 한 번 반상회를 열거나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반상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그래도 반상회를 여는 집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게 요즘 반상회 분위기다. 심지어 반상회때마다 반장이 갈려 동사무소에서 조차 현재 반장이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할 때도 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5통1반장 오철순(44·여)씨는 『참여율은 30∼40%에 불과하고 6개월마다 반장을 뽑지만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반상회가 꼭 필요하다면 시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이범구 기자>

◎반상회 폐지론 왜 나왔나/“지방자치시대 본격 출범으로 획일적 행정통제는 사라져야”/대전중구청서 첫 폐지 추진

30여년간 지방행정에 몸담아 왔고 6·27 지방선거에서 대전 중구청장으로 당선된 전성환(58)청장은 반상회의 역할론에 대해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그래서 그는 지난 6·27선거에 입후보하면서 「반상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4대 지방선거에 나선 1만5천여명의 후보자들 가운데 반상회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자는 그가 유일했다. 당선후 민선단체장 취임과 함께 그가 첫 사업으로 내세운 것도 반상회 제도의 폐지였다.

그가 주장하는 반상회 폐지의 당위성은 다양하다. 우선 근대적 성격의 반상회는 일제치하인 지난 1917년부터 등장한 「애국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애국반은 징용대상자를 선정하는등 기억하기조차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반상회는 그것이 태동한 뿌리부터 자랑스럽지 못하다는 얘기다.

76년부터는 매달 하루씩 반상회의 날을 정해 전국적으로 일제히 반상회를 열고 있다. 반상회가 열리는 날이면 한 집에 한 명씩 마치 감시와 속박을 받는 것처럼 반상회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자치시대가 출범하는 시점에서 이같은 일률적이며 비민주주의적인 제도는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전청장은 『남자 어른 1백명에게 반상회 참석 여부를 물어보면 거의 불참한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그러나 지방행정기관은 이를 호도해 내무부에 98%, 99% 참석등 허위보고를 일삼으며 스스로 범법자가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대통령이 부르짖는 제도의 세계화에도 안맞는다는 주장이다.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정부가 국민을 옭아매기만 하려는 반상회는 차라리 사라지는 게 지방행정의 세계화에 걸맞는다고 말한다.

매달 제작·배포하는 반회보 발행비를 포함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반상회를 위해 사용하는 예산은 연평균 1억원. 그는 이정도의 예산을 낭비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한다. 나눠주면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반상회보를 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엄청난 예산이 계속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상회 폐지 추진 방침이 전해지자 대전 중구청에는 격려전화가 쇄도했다. 한 주민은 팩시밀리를 통해 『정말로 꼭 없애달라』는 격려와 함께 『민선단체장다운 신선한 정책감각』이라고 그를 치켜세운 장문의 서한도 보내왔다.

대전 중구청은 그러나 반상회를 폐지하는 대신 자율적으로 이웃간 친목을 도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획일적인 행정통제가 아닌 규모와 시간, 장소등에 구애받지 않고 이웃끼리면 누구나 희망하는대로 모이도록 한 것이다. 정부홍보는 철저히 배제할 계획이다.

정부및 구정소식은 생활정보지나 일간지, 지역방송등을 통해 얼마든지 보다 신속하게 주민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 중구청은 7월중 열릴 구의회에서 우선 반상회 관련 조례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반상회 개최는 구조례로 규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폐지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내무부, 대전시등 상급기관에서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는 알지만 충분히 조정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상회가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해서 특정 기초단체장이 혼자 폐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적절치 않다고 한다면 지방자치의 참뜻과 어긋나는 발상이라고 전청장은 말한다. 반상회의 경우에도 지역특성에 따라 존폐를 주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대전=최정복 기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주로 정부시책 전달·홍보창구” 폐지 마땅/김재옥·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사무총장

정부주도의 타율적성격이 강한 반상회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반상회제도는 정부주도에 의해 획일적으로 한달에 한번 모든 주민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반상회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반상회를 주민들이 안고 있는 현안을 토의하는 장소가 아니라 단순히 중앙정부의 시책 전달과 지시사항을 홍보하는 곳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아파트와 같은 새로운 주거형태가 등장하고 인구이동이 많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실정이다. 새로 이사를 가서 이웃을 알고싶어 반상회에 가도 참석자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피상적으로 인사만 나누고 정부의 전달사항만을 들을뿐 그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해 들을 기회는 거의 없다. 대부분 친한 사람끼리 모여 앉아 자기주변 얘기만 나누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이미 존재의의를 상실한 반상회제도를 폐지하고 이웃을 알 수 있고 마을 공동의 문제를 의논하는 자율적인 주민자치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민선 자치단체장 체제 아래서 지방및 중앙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모임을 기대한다.

○적극·자발 참여땐 풀뿌리 민주주의 기초/황성환 내무부 여론관리담당관

반상회는 더이상 정부가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반상회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던 시대와는 틀리다. 반상회를 열지않는다고 처벌한다거나 반상회에서 정권홍보를 한다는 얘기는 요즘 시대상황에서 상상할 수도 없다.

단지 반상회는 주민들 스스로에게 무척 좋은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 이미 상당히 정착돼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특히 민선단체장 체제의 출범에 따라 본격화할 지방자치시대에 반상회는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오랜기간 영주지배의 봉건제를 거친 서양 국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인 왕조체제가 수천년간 지속했다. 풀뿌리 민중의 소리가 마을이라고 하는 소공동체와 지방정부를 거쳐 자연스럽게 중앙에까지 전달되는 통로가 막혀있는 셈이다.

마을에 무슨 중요한 일이 생겼을때 반상회를 열어 주민들간의 의견을 나누고 구청이나 시청, 중앙정부에 건의할 사항을 정리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그것이 진정한 지방자치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꾸준히 반상회 모임을 가져야 한다. 과거의 잔재에 매달려 귀중한 제도를 없애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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