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서울시는 「성장」이 쌓아온 붕괴현장에서 출발했다. 붕괴사고 현장에서 임기를 시작, 붕괴현장에서 서울시로 출근했던 조순 시장은 사고 10일이 지나 시장으로서의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첫 민선 구청장회의 주재에 이어 시장에 대한 서울시 실·국등의 업무보고도 13일에야 시작됐다.20일가까이 민선시장을 지켜본 서울시공무원들의 대체적 평가는 『민선시장이 과거 임명직시장과 표시나게 자신의 의견과 지시를 먼저 내놓기보다 공무원들의 소리를 경청한다』는 것이다. 속이 깊고 원칙을 중시하는 시장에 호의적으로 두려움을 갖는 공무원들이 상당수인가하면 말수 적은 신중함으로 얽히고 설킨 서울시에서 무엇을 해놓겠는가라는 성급한 우려의 소리도 있다고 들린다. 지난 11일 민선구청장과의 첫 회합에서 조시장은 민선구청장들에게 지방자치를 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막중한 책임과 자치단체가 자율성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며 『서울이라는 지역이 아닌 「서울에 사는 인간」을 위한 시정을 펴겠다』고 밝혔다. 거대한 도시에서 사람이 뒷전에 처져온 서글픈 현실을 붕괴참사에서 뼈저리게 느낀 시민들에게 「인간을 위한 시정」을 펼치겠다는 시장의 강조는 새 희망을 줬다.
그러나 이틀후인 13일 서울시사고대책본부가 공식집계로 내놓았던 삼풍백화점붕괴사고 실종자수 2백6명을 느닷없이 2배나 불려 4백9명이라고 한 발표는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민선시대, 「포청천시장」체제서, 더욱이 1천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상초유의 참상앞에서 실종자수 축소의혹이란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던만큼 의혹에 내몰린 분노와 실망은 컸다. 시 따로 구청 따로 실종자접수창구를 운영하며 두 창구는 무슨 자료를 주고받고 무엇을 어떻게 확인했는지조차 의문만을 주다 뒤늦게 다시 이중신고등으로 중복됐거나 귀가자를 제외하면 실종자수는 훨씬 줄어든다는 탁상행정의 병폐를 되풀이했다. 서울시로서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인 실종자수 파악·관리에 허점을 보이고 의혹과 불신을 조장한 것은 민선시장의 「인간을 위한 시정」방침과도 어긋나는 것이기에 염려스럽다. 민선시장이 지휘한다고 거대 관료조직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익숙지 않은 민선체제에서 어느 부분까지를 위에 보고해야 할지 앞뒤를 재며 스스로 언로를 차단하는 현상이 민선 서울시안에서 생기고 있다는 주위의 지적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수도권 취재본부장>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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