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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남 야당」 재건 힘겨운 앞날/DJ신당­민주당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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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남 야당」 재건 힘겨운 앞날/DJ신당­민주당 진로

입력
1995.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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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구당파 당권다툼 예상/구당파도 여러갈래 목소리/양진영 탐색전·대치 계속 전망「김대중신당」 세력이 빠져나간 후 민주당은 과연 재기할 수 있을까.

이기택민주당총재는 18일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민주당의 재창당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민주당재건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자신의 총재직사퇴 가능성도 거듭 일축했다. 이총재는 8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재장악, 민주당을 비호남권 야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나아가 『내년 총선에서 3김씨는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총선을 통한 민주당의 재도약을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20명안팎의 의원이 잔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의 「현실」은 이총재의 이같은 구상이나 바람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구당파」라는 또 하나의 세력이 이총재의 리더십에 정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원기 노무현 부총재, 제정구 김원웅 의원과 김정길 전 최고위원등 7∼8명이 이 범주에 속하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김부총재 또는 이부영 부총재를 총재후보로 추대, 당을 「접수」하려는 움직임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재 노부총재가 반KT(이총재)후보단일화를 위해 김, 이부총재및 김전최고위원을 빈번히 접촉중인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을 비호남권의 대안세력으로 키워야 한다는데는 이총재와 견해를 같이 하지만 그동안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낸 이총재를 앞세워서는 불가능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만약 이총재가 다시 당권을 잡을 경우 불가피하게 「척박한」토양을 감수하며 무소속의 길을 걷거나 또다른 신당창당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이총재에게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따라서 서로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형국인 이총재와 구당파간의 당권경쟁은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당이 또 한차례 혼란의 늪에 빠져들 개연성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양측의 충돌이 당장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이총재측은 『잔류조직중 80%에 달하는 이총재계 조직만 잘 관리하면 낙승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결코 전당대회준비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총재는 이날 『대회를 연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부 구당파의원의 잔류여부가 아직 불투명하고 또 일부에 대해서는 신당파와의 「연계」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이들을 상대로 공연히 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이총재는 『구당파의 옥석이 가려진 뒤 대응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구당파 역시 김대중이사장의 정계복귀에 대한 입장과 신당참여여부를 놓고 여러갈래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당분간 전당대회를 겨냥한 일사불란한 행동통일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구당파의원 개개인의 최종적인 거취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양진영의 탐색전과 대치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유성식 기자>

◎김대중씨 기자회견문 요지

오늘 저는 고뇌에 찬 마음과 죄송한 심정으로 저의 정계복귀 의사를 국민 여러분께 밝힙니다. 92년 12월19일 국민여러분께 드린 정계은퇴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정계은퇴시 김영삼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편안하게 하고자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김대통령의 초기통치가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을 때 국민과 더불어 성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년반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것입니다. 이 점은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준엄한 국민적 심판으로 명백해졌습니다. 참으로 심각한 국가적 위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민주당의 당권이양에 대해 저는 전력을 다해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걸어온 상황을 보면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왔을 뿐 아니라 김대통령으로부터 대화의 상대로조차 취급받지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민주당이 만일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제대로 했던들 오늘처럼 현정권이 오만에 빠져서 국정을 이토록 그르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당은 없고 파벌만 있습니다. 당대표의 지도력부재, 나눠먹기식 당운영,파벌과 금력을 동원한 당권경쟁으로 당은 절망적인 혼란과 기능마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결과 비록 비판을 받더라도 당과 국정을 바로잡는데 저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것이 「행동하는 양심」을 평생의 신조로 살아온 제가 택할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은 민주당의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왜 당내개혁 대신 신당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의아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으로는 그러한 당내 개혁이 전혀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신당창당의 결단은 참으로 불가피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책임의 이행과 개혁에의 길을 걷겠다면 대화의 문호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는 것도 아울러 말씀드립니다. 신당이 하려는 일은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새로운 구상, 새로운 지도력, 새로운 실천을 통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당, 즉 21세기를 향한 정당, 통일을 향한 정당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 40년동안 시련을 무릅쓰고 민주화와 평화통일에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 그 노력의 완성을 신당을 통해서 이룩하여 국민 여러분께 마지막 봉사를 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비판이 반드시 국민적 수용과 지지로 변화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92년 정계 은퇴선언 요지

저는 오늘로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이로써 40년의 파란많았던 정치생활에 사실상 종막을 고한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앞으로 일당원으로서 힘닿는 데까지 당과 동지여러분의 발전에 미력이나마 헌신할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이제 저는 저에 대한 모든 평가를 역사에 맡기고 조용한 시민생활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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