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손에쥔 아기천사/외할머니 품안겨 하늘로/“이젠 누굴바라고 사나” 부모통곡18일 상오 7시15분께 삼풍참사현장 A동 지하 1층에서 동화책을 손에 쥔 어린 손녀를 치마폭에 꼭 감싸안은 서애경(65)씨의 시신이 발견돼 구조대원들을 안타깝게 했다.
할머니와 외손녀 장혜영(4)양의 시신은 사고 발생 20일이 지났는데도 거의 온전한 모습이었다. 붉은 체크 무늬 원피스에 검은색 샌들을 신은 혜영이는 할머니의 치마폭 안에 다리를 구부린채 꼭 안겨 있었고, 혜영양의 손에는 놓칠세라 동화책 한권이 꼭 쥐어 있었다.
사고 당일 장모와 딸을 승용차에 태워 삼풍백화점에 내려준 아버지 장상식(48·한나여성클리닉원장·서초구 서초동)씨는 『어린 혜영이가 책을 좋아해 삼풍백화점 지하서점에 자주 가곤 했다』며 딸의 죽음이 자신의 죄인양 울부짖었다.
혜영양은 산부인과 의사인 부모가 병원일로 바빠 줄곧 외할머니 품에서 자랐다가 결국 외할머니 품 속에서 어린 생을 마쳤다. 대학에 다니는 오빠, 고교를 졸업한 언니와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막둥이로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혜영양은 세살때 한글을 깨우치고 간단한 영어와 쉬운 한자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영특했다.
결국 싸늘하게 돌아온 딸의 시신을 붙들고 장씨부부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던 천사를 보냈으니 이제 뭘 바라고 살아야 하느냐』며 통곡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김정문회장처자 껴안은채 발굴/연대동창생 3명 차안 함께숨져
○…붕괴참사 20일째인 18일 상오 4시께 A동 엘리베이터타워 지하 2층에서 생후 6개월도 안된 정현경양이 찌그러진 유모차안에 누워 숨진채 발굴됐다. 이에 앞서 상오 3시에는 유모차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유모차쪽으로 머리를 향한채 숨져있는 정양의 어머니 김송희(34·서초구 서초동 금호아파트)씨의 시신이 발굴돼 구조대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또 이날 상오 9시40분께 A동 지하3층 주차장에서 (주)김정문알로에 김정문(68·서초동 삼풍아파트)회장의 부인 유인자(32)씨가 아들 김남늘(2)군을 꼭 부둥켜안은 채 발굴됐다.
○…이날 하오 5시께에는 지하 3층 주차장에서 연세대 화학과 동창생인 정숙진(35·서초동 삼풍아파트) 고영애(37·〃) 이보순(37·구리시 교문동)씨등 주부 3명과 이씨의 두살바기 외아들 차재호군등 4명의 시신이 일그러진 승용차안에서 한꺼번에 발견됐다. 정씨등은 이날 목동에 사는 친구의 생일잔치에 참석한 뒤 정씨의 서울2머 2271호 세피아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에 들렀다가 사고를 당했다. 외아들과 함께 숨진 이씨는 임신 8개월로 다음달 출산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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