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변혁 성공땐 새정부권위 인정/국민심판 받았다면 내란죄 대상안돼”검찰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고소·고발사건 수사결과 「공소권 없음」 결정에 대해 『정치적 변혁의 주도세력이 새로운 정권창출에 성공해 국민의 정치적 심판을 받아 새로운 헌정질서를 수립해 나간 경우에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검찰은 『새로운 정권과 헌법질서를 창출하기까지의 일련의 행위들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사법부에서 판단된 사례가 없다』며 『이에따라 국내외의 법이론을 광범위하게 검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외국법학자들의 해석으로 켈젠(H·KELSEN)의 이론을 인용하고 있다.
이 이론은 정치적 변혁이 성공해 새 질서가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새 질서가 법률질서로 되며 이는 근본규범이 변하는 것으로 새로운 정부가 법정립의 권위로 인정된다는 이론이다. 반면에 만약 정치적 변혁이 실패해 새 질서가 구성되지 못할 경우에는 헌법정립이 되지 못하고 따라서 일련의 행위는 범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재래의 실정법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법질서가 수립된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의 요구에서 이러한 사태가 법의 기초가 돼 법적 효력을 인정받게 된다』는 독일 법철학가 라트브루흐(G·RADBRUCH)의 이론과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 정권형성의 기초가 된 사실행위에 대하여 규범력을 인정, 사후 법적인 인증을 해야 한다』는 옐리네크(JELLINEK)의 이론도 인용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내란이 성공하면 기존의 법질서를 파괴해 버리므로 내란죄에 관한 형법규정의 적용문제는 생겨나지 않는다』 『국가의 존립은 형법규범의 기능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기능에 불과해 내란이 성공하면 형법에 의하여 처벌받을 수 없다』는 등의 국내 법학이론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에 따라 검찰은 『무너진 구헌정질서에 근거해 새로운 정권과 헌법질서의 창출을 위한 행위들의 법적 효력을 다투거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결국 사법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은 최규하 대통령이 80년 8월16일 하야한 후 전두환 당시 국보위상임위원장이 8월27일 통일주체 국민회의에서 제11대 대통령에 당선돼 9월1일 취임하고, 이어 29일 전두환 대통령이 국회와 정당을 해산한뒤 국보위가 국회기능을 대행하는 5공화국 헌법 공고, 10월22일 국민투표를 통한 헌법개정, 81년 2월25일 개정헌법에 따른 선거인단 선거, 3월3일 제12대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전전대통령이 국민적 심판을 거쳐 새 정권을 창출하고 새 헌법질서를 형성하는데 성공하는 과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비상계엄의 전국확대, 김대중씨등 여·야 정치지도자와 재야인사등의 체포, 연행 연금·정치활동의 금지와 임시국회의 소집 무산, 국보위의 설치 운영등 일련의 조치나 행위도 정치적 변혁과정에서 기존 통치질서를 대체하고 새로운 헌법질서를 형성하는 기초가 됐으며 그후 새 헌법에 의해 헌법질서 속으로 수용된 것으로 간주했다.
검찰은 이와 같은 헌정질서의 연속성과 관련된 일련의 정치적 사건에 대해 사법기관이 사법심사의 일환으로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할 경우 자칫 새 정권 출범이후 새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실효성을 부여받아온 헌정질서와 법질서의 단절을 초래, 정치·사회·법률적으로 중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이로 인해 국민적 심판과정을 통해 형성된 정치적 판단과 결정을 사후에 사법적으로 번복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국가보위 입법회의의 설치 운영 역시 헌법에 의해 국회의 권한을 대행하는 과도입법 기구의 입법행위로 권력분립적 견지에서 사법적 판단이 오히려 합리적이지 못한 전형적인 통치행위 영역에 속하는 것으므로 사법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등의 행위나 조치가 구체적으로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형식판단 우선법리」에 따라 피고소·고발인 전원에 대해 「공소권 없음」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결론지었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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