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엔 고아·미망인만… 재건 아득/후투족 재무장… 다시 전운 감돌아르완다 내전이 끝난지 19일로 1주년이 된다. 지난해 4월부터 1백일을 끈 이 전쟁은 다수종족이자 정권을 잡고 있던 후투족이 소수 종족인 투치족을 1백만명 가까이 학살한 끝에 투치족 반군에 패배, 7월19일 투치족 정부가 출범하는 것으로 끝났다.
전면전은 그쳤지만 지금의 르완다는 내전 재발의 암운이 감도는 가운데 아직도 인구의 25%가 난민이 되어 나라 밖에서 떠돌고 국토는 완전히 폐허가 된 채 재건의 길은 까마득하기만 한 상태다.
후투족들은 투치족의 복수가 두려워 귀향을 거부, 8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인구 중 2백만명 가량이 이웃 나라인 자이르 탄자니아 부룬디의 난민촌에 머무르고 있다. 신정부는 보복하지 않을테니 돌아오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난민들은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쫓겨난 후투족 지도자들은 귀향한 후투족이 끔직한 복수를 당했다는 소문을 퍼뜨려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자이르의 고마 난민촌에서 벌어진 정부군의 난민 대학살과 르완다 감옥에서 4만7천명의 후투족이 병으로 죽었다는 보도까지 겹쳐 난민들의 공포는 더욱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투족 강경파들이 난민촌을 통해 무기를 밀수해 재무장을 꾀하는 움직임까지 있어 현지 유엔 관리들은 이들이 수개월 안에 르완다를 침공, 내전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고마 난민촌에서는 후투족 군인 1만여명이 사라졌는데 이들은 자이르의 다른 장소에서 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르완다국경지역에서 최근 빈발하고 있는 민간인살해도 이들의 소행으로 추측된다.
르완다 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내전 기간에 후투족이 투치족 여인들을 조직적으로 강간했음이 밝혀져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다. 국제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들」의 보고서는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여인은 다 강간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신정부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13세 소녀부터 65세 할머니까지 1만5천7백명 이상이 강간당해 1천1백명 이상이 적의 아기를 낳았으며 1만명 이상이 임신상태에 있다. 인구의 대량 유출로 일할 사람조차 없는 상태에서 고아와 미망인들로 가득찬 폐허를 다시 일구는 일은 아득하게만 보인다.
유엔은 르완다 내전의 전범 재판을 위해 지난해 11월 국제법정을 구성했지만 지금까지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전이 끝나고 1년이 지나면서 내전 중 르완다에 쏠렸던 인도주의적 관심도 줄어들어 이제 르완다는 뉴스에서도 멀어졌다. 이 아프리카판 킬링필드는 인류의 양심을 괴롭히지만 르완다는 그저 르완다인의 비극으로 남았을 뿐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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