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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정신의 실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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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정신의 실종(사설)

입력
199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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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전문가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건, 사고 등을 통해 확인되는 사실은 전문가 자신의 직업윤리 부재가 더욱 심각한 문제의 원천일 수 있다는 점이다.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가 관련된 건축전문가들의 설계·감리 및 안전진단상의 무책임과 무능인 것으로 드러났다. 거슬러 올라가 아현동 및 대구의 가스폭발 사고, 성수대교 붕괴 등도 관련된 전문가집단이 충분한 역할을 수행했다면 예방되었거나 피해가 극소화할 수도 있었다.

이처럼 계속 이어지는 인재형 대형 안전사고는 한편으로 몰지각한 기업가나 관료가 전문가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풍토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 풍토에 안주해 무사안일한 태도로 눈앞의 사익만 챙기는 전문가들의 태도도 못지않게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안전사고뿐 아니라 지방세 착복사건에서 밝혀진 법무사들의 비리, 사법개혁 추진과정에서 부각된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 부조리, 야간 진료거부로 응급환자를 숨지게 한 병원의 비인도성, 의·약분쟁 및 한의·양약분쟁에서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벌인 밥그릇싸움 등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드러난다.

최소한의 도덕적 원칙도 없이 벌어지는 사회의 한탕주의를 그래도 수준높은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직업종사자들이 전문적 판단력과 양식으로 바로 잡아줄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문가 횡포에 대응해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전문가 수를 늘려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향상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민의 숙원으로서 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했을 때, 사법개혁의 일환으로서 변호사 증원을 제안했을 때, 행정개혁의 일환으로서 건축사 증원을 권고했을 때, 관련된 전문가 직능단체들은 무조건적인 반대성명을 내거나 정치적 압력과 로비를 통해 이를 막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국가가 각 전문영역에서 인정한 교육, 훈련,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식적인 자격증을 부여하고 이들만이 관련된 전문서비스 활동을 수행하도록 일종의 독점권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복지와 안녕이라는 공익 보호를 위한 것이지 해당 전문가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전문자격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받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전문직업인들이 이같은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받고 있는지는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자격증의 수를 제한하려 들기 전에 자신들의 행위가 자격증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허물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할 일이다. 각계 전문직업인들의 진정한 전문가정신(PROFESSIONALISM)의 회복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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