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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피로(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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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피로(메아리)

입력
199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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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언론에서 흔히 등장하는 용어중에「제도피로」가 있다.일본의 경제대국화를 이끌어온 정관재 3대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원래 일본의 제도는 정은 재에, 관은 정에, 재는 관에 각기 물려 절묘한 견제와 균형을 이뤄 왔다. 그러나 지금같은 대전환의 시기에 이같은 제도는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정치제도만 하더라도 38년의 자민당 일당지배가 끝난뒤 무라야마 연립내각까지 왔지만 개혁의 기치는 퇴색하고 정파간의 이합집산은 여전하다.

경제는 3년째 제로성장인채 생산과 소비가 부진하고 고용불안까지 겹쳐 전형적인 디플레경제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료사회 역시 정치·경제의 동시적인 불안의 와중에서 복지불동의 경향이 팽배하고, 연속되는 인재와 천재속에서 위기관리 능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런 것들이 제도피로를 말하는 일본인들의 논거다.

우리는 해방후 독재와 혁명, 쿠데타와 유신 그리고 쿠데타적 정변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제도라고 하기도 민망한 광풍의 세월을 질주를 해왔다. 제도피로란 우리의 헌정사에서는 차라리 사치이고, 엄밀히 말하면 제도다운 제도가 없었다고 함이 옳을 것이다. 군사정부시절 민주화투쟁의 결과물로서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적 경계심을 담고있는 현행 5년단임 대통령직선제는 겨우 두번째 임기가 진행중이다.

야권일각에서 내각제개헌론이 제기됐고, 제1야당은 분당문제로 시끄럽다. 현재의 권력구조, 야당구조로는 통일이나 21세기를 대비하기 어렵다는 거창한 명분이 두 경우 각기 뒤따른다. 불행히도 한국정치는 제도나 정당을 올바로 정착시키려는 노력보다, 자나 깨나 특정인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화 노력만 일삼았다. 누더기 헌법과 정당 만들고 부수기를 예사로 해온 오욕의 정치행태가 그 생생한 예증이다. 국정난맥의 원인을 제도에서 찾고자 한다면 1년을 버틸 제도가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 바뀌어야 제도가 바로 서는 것이 정한 이치임에도 말이다.

제대로 된 제도를 피로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오래 가져 보길 바란다는 것은 우리에겐 아직도 요원한 사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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