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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확인안된 시신많아 애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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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확인안된 시신많아 애태워

입력
199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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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참사­비상걸린 발굴현장/부패 심해… 모발 등 신체일부만 발견도/감식 오래걸려 보상 분쟁소지삼풍백화점 건물잔해 제거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척되면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들이 대거 발굴되고 있어 신원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훼손된 시신들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데다 신체의 일부만 발굴된 경우도 있어 겉모습만 보고 서로 자기가족이라고 주장, 실종자 가족들끼리 싸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17일 하오 현재 시신이 발굴된 사망자 4백18명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72구. 이들 시신은 불에 타버려 뼈만 남아 있거나, 매몰당시의 충격으로 두개골등 주요 부분이 잘려나갔거나, 부패가 심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들이다.

특히 붕괴위험때문에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A동 남쪽 엘리베이터타워와 중앙홀에 대한 잔해제거작업이 본격화하면서 불에 타버린 시신들이 상당수 발굴되고 있다.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건물붕괴당시 A동 지하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10일이상 지속되면서 지하 밀폐공간에 있던 시신 대부분이 불에 타 형체는 물론 뼈조차 추릴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붕괴매몰정도가 심한 A동 지하1층 매장부근에서는 신체가 분리된 시신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시신없는 머리카락 뭉치만 하루에도 3∼4건씩 발굴되고 있어 실종자 가족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사고대책본부는 신원확인이 어려운 시신을 서울경찰청 감식계, 국립과학수사 연구소등에 보내 정밀감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신원확인 방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서울경찰청 감식계의 지문감식은 1∼2일이면 결과가 나오지만 국과수의 유전자감식, 슈퍼임포즈등에 의한 신원확인은 때로는 1개월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유전자감식법은 시신과 실종자 가족의 유전자구조를 일일이 대조해야 하는데다 신체의 상당부분이 남아있어야 하고, 두개골의 형상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는 슈퍼임포즈기법도 시신의 두개골이 보존돼있어야 하며 실종자가족과 일일이 대조를 해야 한다. 유전자감식은 워낙 복잡해 아직까지 단 한명의 신원도 밝혀내지 못했다.

사고대책본부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신이 계속 나오자 시신의 신원확인과 피해보상을 둘러싼 실종자 가족들의 법적인 공방에 대비하기 위해 실종자가족들과 합의를 거쳐 16일부터 발굴되는 모든 시신에 대해 화장을 불허하고 가매장을 하도록 했다.

대책본부는 또 실종자 가족들이 신원확인에 대한 불만을 계속 터뜨리자 18일 상오에 검·경 및 실종자가족 25명의 입회하에 삼풍백화점 건물잔해를 버린 난지도에서 신원 및 유류품 검색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 작업에는 1백50여명이 투입돼 포클레인으로 잔해더미를 파헤치면서 검색을 할 예정이다.

문제는 신원확인이 전혀 불가능하거나 잔해제거작업이 완료되는 마지막까지 시신을 찾지 못할 경우이다. 사고대책본부는 현재 지하에 매몰돼있는 실종자수가 신고된 실종자 2백54명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고대책본부는 아직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대책본부는 일단 경찰등 관계기관에 의뢰해 신고된 실종자가 사고당시 백화점 안에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반발을 무마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잔해제거작업이 끝나더라도 실종자 가족들과 삼풍백화점 혹은 서울시간에 피해보상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시신발굴작업의 본격화로 2∼3일이내에 대부분의 시신이 발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합동구조반은 17일까지 총 3만4천여톤의 건물잔해중 지하 3층 일부까지 2만7천여톤의 잔해를 제거했다.

또 현재 매몰자들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중앙홀에 작업을 집중하고 있어 2∼3일안에 대부분의 시신을 발굴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현주·현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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