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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원인 점차 윤곽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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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원인 점차 윤곽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입력
199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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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시공자 사법처리 본격화/예상하중 안전율도 절반 불과/건물 순식간붕괴 의문은 여전삼풍백화점 붕괴참사이후 20일에 걸친 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신광옥·서울지검2차장)의 수사와 「붕괴원인규명 감정단」(단장 김덕재·중앙대교수)의 조사과정에서 붕괴원인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주부터는 구조계산·설계·시공관계자들의 사법처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은 감정단의 자문을 종합한 결과 일단 붕괴가 시작된 첫 단초에 대해서는 잠정결론을 내린 상태다. 백화점 5층바닥과 옥상의 기둥·슬래브 접합부위가 「전단력」과 「휨모멘트」를 이겨내지 못해 여기서부터 붕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즉 무량판 구조하에서 힘을 집중적으로 받는 슬래브와 기둥접합부위에 구조물을 끊고자 하는 수직력의 일종인 전단력이 과도하게 작용하면서 슬래브가 기둥에서 이탈하는 전단파괴현상이 일어났고 여기에 과도한 하중으로 아래로 처진 슬래브가 양쪽 기둥을 끌어당기는 힘인 휨모멘트가 복합적으로 가해지면서 붕괴가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단파괴현상이 최초붕괴상황에 대한 설명일 수는 있으나 순식간에 건물전체가 무너진데 대한 근본적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데 검찰의 고민이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현재 ▲구조계산및 설계상의 하자 ▲우성건설측의 시공부실 ▲삼풍건설산업측의 유지관리 소홀등 세분야로 나누어 각각의 과실 정도가 붕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여기서 붕괴 조짐이 처음 목격됐던 5층 식당가와 옥상에 당초 구조계산과 설계시 고려되지 않았던 하중이 무단 증·개축을 거치면서 급격히 늘어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조사결과 삼풍측은 당초 판매시설과 스포츠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보고 구조계산됐던 5층을 식당가로 무단개조하면서 구조계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방하수 배수로를 만들면서 5층바닥을 원래보다 15㎝ 높게 콘크리트로 쌓는등 공사로 인한 하중에 냉장고등 고정하중이 누적돼 슬래브와 기둥에 감당불능의 전단력과 휨모멘트를 작용하게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학수(구속) 「한」건축구조연구소장이 당초 구조계산에서 고려했던 힘의 3배정도가 무단개조이후 증가했다는 게 감정단이 역구조계산 결과 얻은 잠정결론이다.

이씨가 건축물의 구조계산시 붕괴위험에 대비해 각각의 구조물이 받게되는 예상하중을 늘려잡는 안전율 계산에 충분히 여유를 두지 않았던 점도 검찰이 혐의점을 두고 있는 대목이다.

백화점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축물의 경우 통상 부실자재 사용과 적재화중 증가등을 고려, 3배정도의 안전율을 두고 구조계산해야 하는것이 상례. 그러나 이씨는 기둥등 각 구조가 견딜 수 있는 최소하중의 1·5배 정도에 불과하게 구조계산함으로써 건물이 무단 증개축으로 생긴 3배이상의 과다하중에 탄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안전율을 빠듯하게 두었더라도 어느 정도의 초과하중에는 견딜수 있다는 점에서 시공사인 우성건설은 무량판 건축물의 핵심 골조인 슬래브와 드롭패널을 부실시공한데 대한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철근이 상부근과 하부근의 두겹 구조로 들어 있는 슬래브의 강도는 상부근중심에서 하부근까지의 유효두께에 의해 좌우되는데 5층 슬래브 시료채취 분석결과 두께 30㎝짜리 슬래브의 유효두께가 시방서(22∼24㎝)에 훨씬 못미치는 10∼2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전체하중을 절적히 분산시켜주는 드롭패널마저 설계 15㎝보다 5∼9㎝얇게 시공돼 전단력과 휨모멘트에 대한 응력을 약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결국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는 구조계산, 설계, 시공상 부실 및 건축주의 관리책임이 총체적으로 복합돼 일어난 것이 명백해지고 있어 설계사인 임형재 우원종합건축사무소장과 우성건설 공사관계자들의 형사처벌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김승일 기자>

◎「컴퓨터 모의 실험」이란/하중따른 변형·붕괴 영상실험/자재강도·층수·높이등 100여개 자료 입력/설계·시공상 각종 문제점분석 원인 도출

삼풍백화점 붕괴원인에 관한 검찰의 수사는 이제 「각론」에서 「총론」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그동안 확인된 설계와 시공상의 각종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분석, 총체적 붕괴원인을 이끌어내야 하는 단계다.

이같은 총론화 작업에 활용되는 것이 바로 「컴퓨터 시뮬레이션」기법. 이는 자재의 강도등 각종 데이터를 수치로 입력, 건물의 각 부위가 어느 정도의 하중을 받아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가를 영상화하는 일종의 모의실험이다. 이 기법은 지난해 성수대교 붕괴원인 수사과정에서도 부분적으로 활용됐다.

시뮬레이션 작업에서는 컴퓨터에 입력할 각종 데이터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입력된 데이터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실험결과의 오차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입력하는 데이터는 줄잡아 1백여가지. 건물이 받는 하중을 비롯해 자재의 강도, 건물의 용도, 층수, 층고(천장의 높이)등 기본적인 자료와 건물 각 부위의 세부적인 시공상태가 모두 포함된다.

건물하중은 고정하중(슬래브 기둥등 구조물 자체의 무게)과 적재하중(사람과 시설물의 무게)으로 나뉘는데, 고정하중은 물론 건물의 용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적재하중도 수치로 환산해 입력한다. 또 건물 각 부위에 따라 자재의 강도나 슬래브·기둥의 두께등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각 부위별로 시공상태를 정확히 수치화해 입력해야 한다.

이렇게 산출된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해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컴퓨터 모니터에 건물의 전체구조가 3차원 영상으로 나타나며 과다한 하중이 작용한 부분이 표시된다. 또 건물 각 부위별로 휘거나 처지는등 변형이 일어나는 모습과 함께 건물전체가 붕괴로 이어지는 과정도 생생하게 재현된다.

검찰은 그동안 현장조사와 시료분석을 통해 기본적인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이달말께 시뮬레이션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사고현장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아 지하층 구조물에 관한 데이터가 미흡한 상태이므로 최종적인 실험결과는 8월말∼9월초께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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