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X세대」 강한정신이 신화창조/낙천적인 성격 죽음공포 극복/좋은 영양·체력에 회복도 빨라삼풍백화점 구조작업 초기에 구조돼 나온 24명의 「구세대」와 거의 생존한계까지 버티다 살아나온 「X세대」들은 생환 후 표정부터가 완연하게 달랐다. 전자가 매몰 단3일만에 완전히 심신이 탈진한 모습을 보여줬던데 비해 X세대 생존자들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과시, 의료진조차 놀라게 했다. 심지어 이들은 당연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 같은 정신적 장애도 별로 없이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 가고 있다. 이들의 생환과 건강상태가 세계적으로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이라는 사실은 매번 「긴급」뉴스로 요란하게 타전해대는 외신의 보도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도대체 이들 세 젊은이들에게 기적을 가능케 한 생존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들은 움직일 수 있는 생존공간과 호흡이 가능한 공기가 있었다는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출혈을 일으킬만한 결정적 외상이 없었다는 것도 중요한 생존의 이유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앞서의 초기구조자들과 비교해 볼때 이것들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이들은 구조돼서도 감격에 겨워 울거나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괜찮아요』라든가 『며칠이나 지났어요』라고 되물었다. 2백30시간만에 구조된 최군은 자기발로 걸어나오려는 것을 구조대원들이 들 것에 억지로 눕힐 정도였다. 2백85시간을 갇혀있었던 유양은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에 시력보호용 수건을 자기손으로 들치기도 했다. 세계기록에 버금가는 3백77시간을 콘크리트더미밑에서 버티던 박양은 구조대원이 물통을 넣어주자 『공간이 좁아 마실수 없으니 빨대를 넣어달라』고 말할 정도로 여유있었다.
인간승리의 극적인 장면을 기대하며 손에 땀을 쥐고 구조드라마를 TV를 통해 지켜보던 국민은 너무나 여유있는 결말에 너털웃음을 치고 말았다.
이러한 여유는 전혀 삶을 기약할 수 없었던 매몰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칠흑같은 어둠과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던 극한상황에서도 최명석군은 『「구해주려면 구해주고 말려면 말아라」는 심정으로 편하게 지냈다』고 했고 유지환양과 박승현양은 공포감이 엄습해오면 그냥 자꾸만 잠을 자며 잊으려 애썼다고 했다. 기성세대에게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여유이다.
의료진들이 한결같이 이들의 가장 중요한 생존요인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런 낙천적이고 활달한 X세대적 성격이다. 매몰현장과 같이 외부구조외에는 달리 살아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의 성격은 생과 사를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붕괴후 곧 구조된 한 매몰피해자는 『죽음의 공포를 이기기 힘들어 자살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극한상황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죽음의 공포에 질리는등 지나치게 정신적으로 쇠진하게 되면 신체의 면역체계도 일시에 무너져 생존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밖에 X세대들의 충실한 성장기 영양상태와 젊은 체력도 장시간 생존을 가능케 한 요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삼풍백화점붕괴참사는 최악의 인재였지만 우리사회에 이들과 같이 심신이 건강한 「슈퍼X세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송용회 기자>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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