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과외활동·인성 종합평가/고교·SAT·과목별 고사 성적에/추천서·사회봉사등이 사정 기준/시험성적보다 학외활동에 비중서구선진국들의 국가기반은 교육이다. 차별없이 제공되는 교육의 기회가 그렇고, 인간중심의 교육내용이 그렇다. 학력저하가 취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서구의 교육제도는 이를 상쇄하고 남을 수많은 장점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대학의 학생선발 과정은 서구교육제도의 건강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또 한번 대학입시제도를 바꾼 우리에게 미국과 프랑스의 대학진학 방식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미국 대학입시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대학이 학생을 뽑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대학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대학들어가기가 수월한 게 물론 큰 이유다. 학교는 남아돌고 학생수는 한정돼 있는 판에 경제사정 악화로 각 대학의 재정상태가 나빠지면서 대학진학이 더 쉬워졌다.
그러나 이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그린 외형도에 불과하다. 학생이 대학을 선택한다는 것은 학생 스스로가 진학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챙긴다는 의미다. 수업과목 선택, 사회봉사활동, 과외활동, 학력고사 응시, 지원학교 선정, 원서제출, 합격된 학교중 등록하고자 하는 학교의 선택, 재정지원신청등 대학진학과 관련된 전 과정은 학생 모두에게 끊임없는 참여와 선택을 요구한다.
지역과 대학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미국의 대학들은 크게 4가지 사항을 입학사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고등학교 성적, 학력측정고사인 SAT성적, 영어·수학·과학·사회생활·외국어등을 이수한 후 치르는 과목별 학력고사, 그리고 추천서·작문·과외활동·사회봉사활동·특기등이 그것이다. 크게 보아 앞의 3가지는 학업에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학업외적인 것이다.
고등학교 성적은 과목별 교사의 평가가 유일한 기준이다. 성적산정 방법은 과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수학의 경우 시험을 가장 중요시하는 반면 역사·정치·사회·영어등은 시험보다 에세이를 강조하고, 과학은 실험을 주요 잣대로 삼는다. 전체적으로 시험성적의 비중은 전체의 20∼30%에 불과하고 숙제·실험·출결상황·수업태도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SAT는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s)라는 민간기관이 주관하는, 영어및 수학실력 측정시험이다. 이 시험의 기본 목적은 수험생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데 있다. 과목별 학력고사는 고등학교 4년간 이수한 14개 과목 가운데 가장 자신있는 과목을 골라 선택적으로 치르는 시험이다. 전통있는 사립대학은 최소한 3과목의 시험을 요구하는 반면 일반 사립대학과 주립대학등은 이를 전혀 요구하지 않거나 전공에 따라 한 과목만 요구한다.
미국 대학입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학업외적 활동에 대한 평가다. 우수 대학들은 지망생의 재적 고등학교 교사 2명이 쓴 추천서를 요구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지속적이고도 각별한 관계를 맺은 교사의 추천서가 가장 좋음은 물론이다. 단순히 학업성적에 대한 점수매기기가 아니라 과외활동이나 실험, 리서치 프로젝트등을 함께 하며 전인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학교내 과외활동도 크게 장려된다. 학생들이 제안해서 단체를 만들거나 과외활동을 할 수 있고 학교측으로부터 예산을 타낼 수도 있다. 특히 학생회 활동에 관여할 경우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최근에는 각 단위 정부의 예산 동결및 삭감으로 각종 잡무를 교사들이 전담하게 됨에 따라 학생들의 학교업무 보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됐고,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이 일을 하고 있다.
사회경험및 봉사도 학교측과 교사들이 적극 권장하는 활동이다. 학업성적을 올리기 위해 서머스쿨을 다니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방학중에 취업을 하거나 구청, 국회의원 사무실, 불우이웃돕기 기관, 병원, 양로원등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받은 추천서들은 교사의 추천서와 함께 해당 학생의 인성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뉴저지주 노던밸리지역 고교 교육장 유진 J. 웨스트레이크 박사는 『우리 학교 여학생 한명은 전교 2등의 성적으로 졸업했고, 10개 과목 경쟁시험에서 전국대회까지 진출했으나 바로 그 사실 때문에 하버드 진학에 실패했다』고 소개했다. 10개 과목 경쟁시험을 위해 1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한 이 학생에 대해 하버드대측은 공부 이외의 방면에 관심이나 열의가 없는 학생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뉴욕한인 교사회 권현주 회장(뉴욕시 윌리엄 칼른 브라이언트 고교 이중언어담당교사)은 『학교가 학생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학과목 성적과 상벌 기록외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학과목과 과외활동에서 부터 각종 추천서에 이르기까지 진학과 관련한 모든 것은 학생 자신이 결정하고 챙겨야 한다』며 『학교는 다만 학생 스스로 판단해서 참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가능성을 제시해줄 뿐』이라고 말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불 고교 생활기록부 운용실태/학업탐구 자세·발전가능성 평가 초점/과목 담당교사·교장의 종합평가란도/경우에 따라 대학진학때 결정적 역할
프랑스의 고등학교인 리세(Lycee)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생활기록부는 대학노트 양면을 펼쳐 놓은 것만하게 크다. 「리브레 스콜레르(Livret Scolaire)」라고 하는 이 생활기록부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동일한 양식을 사용토록 되어 있다.
리브레 스콜레르에서 해당학생의 학업에 관한 모든 것이 입체적이고 다원적으로 담겨져 있다. 특히 학업탐구 자세와 발전가능성을 평가하는데 큰 비중이 두어져 있다. 우선 과목별로 「트레 비앙」 「비앙」 「아세 비앙」등 일종의 수·우·미·양·가가 명기되는데 이것은 시험성적외에 성적발전도 과제물 수업태도등이 두루 반영된 것이다.
이에 더해 리브레 스콜레르에는 과목별로 담당교사의 종합평가난이 넓은 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 난에 교사들은 공식화한 평점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학생평가를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한다. 가령 「성적은 안 좋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이며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시험성적은 괜찮지만 학업에 임하는 자세가 불성실하다」 「모든 면에서 아주 훌륭하다.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등의 식이다. 이같은 과목별 평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평소 면담등을 통해 파악한 학생의 인성 소양등을 감안해 교장선생이 직접 기재하는 종합평가난이 또한 곁들여 있다. 학생의 여러가지 면을 다각도로 세밀하게 평가하도록 짜여져 있는 것이다.
리브레 스콜레르는 대학진학때 경우에 따라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선 계열별로 보는 「바칼로레아」라는 시험을 통과해야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평소 학업성적이 우수했고 열심히 노력한 학생은 불운하게 바칼로레아시험에 떨어졌다 하더라도 구제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고교의 생활기록부가 큰 작용을 한다. 20점 만점중 10점이상을 받아야 합격되는 바칼로레아시험에서 8.0∼9.9점을 받은 학생의 경우 바칼로레아시험결과 발표 바로 다음날 자신이 다니던 고교에서 논술위주의 구제시험을 치를 수 있다. 이때 학교당국은 생활기록부 내용과 논술시험 결과를 종합평가해 당락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생활기록부 내용이 뛰어난 학생은 논술시험을 망쳤더라도 합격시킬 정도로 리브레 스콜레르의 위력은 대단하다.
리브레 스콜레르는 또한 대학보다 한 차원 높은 프랑스 최고의 교육기관인 「그랑제콜(Grandes Ecoles)」에 들어가는 데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랑제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CPGE라는 예비학교를 거쳐야 하는데 이 예비학교 입학시험때 생활기록부 내용이 필기고사 성적과 함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인터뷰/노던 밸리 고교교육장 웨스트레이크박사/“학과목 설정·특활 학부모 참여·후원”/한국 교육개혁 가치관 정립이 중요”
미국 교육제도의 큰 특징은 지역주민들이 교육문제를 직접 관장한다는 점이다. 학부모회가 학과목 설정에 의사결정권을 가지며, 음악과 스포츠등 특별활동을 후원한다. 또 주민투표로 정책 집행기관인 교육위원회가 구성된다. 교육위원회는 각 지역학교의 행정 책임자인 교육장들을 임명하며, 각 학교장들은 교육장과의 상의하에 업무를 처리한다.
뉴저지주 노던 밸리지역 고교 교육장인 유진 J 웨스트레이크박사는 『주정부에서 지정하는 규정들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교육은 근본적으로 지역중심이고, 주민 스스로가 그 지역이 필요로 하는 교육이 어떤 것인지를 결정한다』며 『특히 학부모 단체들은 대단한 자부심과 열성을 갖고 교육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와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계획이 경제사정 악화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키워주어야 한다는 교육의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진학시 스포츠 활동이 기록이나 성적에 상관없이 높게 평가되고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학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이같은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미국교육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으로 기회의 균등을 꼽았다. 소수민족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학생에게 교육과 진학에서 특별한 배려를 하며 학습이 부진한 학생은 예산 편성등을 통해 별도 교육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하향 평준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적이 상위 10∼20%에 드는 우수한 학생은 고급반에 편성해 여타 반과 가르치는 교재와 과목을 달리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개혁 노력에 대해선 『무엇보다 사회의 가치관이 올바로 정립돼야 하며, 그런 다음 교사·학생·부모·정부 모두가 개혁에 동의하고 함께 노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더마레스트(뉴저지주)=홍희곤 특파원>더마레스트(뉴저지주)=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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