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설렘도 잠시 다시 허탈/생환 보도만 떠들썩 “소외감”/하루 하루 지날때마다 절망은 눈덩이기적의 뒤에는 환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큰 절망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16일로 18일째 실낱같은 희망 하나만을 부둥켜 안고 밤낮을 지새고 있는 3백여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자가 발견됐다』는 함성이 터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잠시 뿐이다. 이내 더 큰 절망과 허탈함이 엄습해 온다.
기적이 탄생할 때마다 주인공에게 쏟아지는 각계의 격려와 온정, 스포트라이트도 이들의 가슴을 더욱 쓰라리게 만든다. 부러움이 클수록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기적의 주인공은 3명이지만 아직도 기적을 기다리는 사람은 3백명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박승현(19)양의 3백77시간 기적이 전해진 15일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자의 이름이 엇갈린데다 생존자가 더 있다는 연이은 미확인 보도로 모두들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생존자의 신원이 확인되고 다른 생존자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기적이 연출되기 전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애처로운 시선을 보냈던 국민들의 관심과 뉴스가 일순간에 박양에게 쏠리는 것을 보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모두들 말이 없었다.
11일, 13일, 17일만의 기적을 들으면서 정부가 더욱 원망스럽다. 처음부터 서둘러 체계적인 구조작업을 했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살아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A동1층 화장품코너에서 일하다 실종된 노미화(22)씨의 어머니 우재자(43)씨는 『우리 딸도 승현이처럼 성격도 낙천적이어서 다치지만 않았으면 살아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대책본부가 구조작업에 더 성의를 갖고 임하기를 바랐다. 특히 붕괴 10일이 넘어 구조된 3명처럼 20대 전후의 건강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하루하루가 그대로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탄다.
절망이 커져갈수록 사고대책본부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원망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신원미상의 시신이 벌써 33구나 된다』며 『일손이 달린다면 민간연구기관을 동원해서라도 시신확인을 조속히 해줘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밖에 이미 신원이 확인된 시신을 신원미상으로 게시해 놓거나 여전히 들쭉날쭉하는 실종자수 집계등 대책본부의 행정에 불만이 크다. 이들은 대책본부가 하룻밤새 두배나 많게 수정발표한 「실종자 4백9명」에 허위및 이중신고자가 53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16일 밝혀지자 다시 한번 분통을 터뜨렸다.<박진용·김경화 기자>박진용·김경화>
◎시신54구 발굴 사망 3백76명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발생 18일째인 16일 합동구조반은 아직도 생존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내시경카메라등을 이용, 생존자 확인작업을 펴고 있으나 추가 생존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합동구조반은 이날 박승현(19)양이 구조된 A동 중앙 2·3층을 비롯해 그동안 붕괴위험으로 작업이 지연된 중앙홀의 전면과 후면, 북쪽 엘리베이터타워등에서 집중적인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구조반은 이날 54구의 시신을 발굴, 사망 3백76명, 부상 4백8명, 실종 2백81명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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