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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주광호(서울에서 본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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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주광호(서울에서 본 평양)

입력
1995.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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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간 자본주의 생활을 해보니 이해하기 힘든일도 있고 즐거웠던 날들도 있다.50년간 남과 북이 헤어져 살아서인지 언어와 문화의 차이도 많이 느낀다.

남한사회에 살면서 처음 접한 것이 대학생활이다. 놀란것은 이성간에 남녀차별을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랑도 하고 사귀기도 하는 것이었다.

하도 남녀사이가 구별이 가지 않기에 이상하게 생각해 친구들에게 어떻게 여자와 남자가 허물없이 지내는지를 물어보았다. 여자친구가 한명만이 아니고 많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여자들한테 물어봐도 왜 인생은 즐거운 것인데 한 남자만 상대를 하겠는가 하며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에서 장가가기가 참 무섭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TV 드라마에서 여자들이 남자들한테 반말을 하고, 남편이 들어오면 『빨리 씻어』 『밥먹어』하고 말하는 것을 보고 정말 남한의 남자들은 바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통일이 된 다음에 이북에 살고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해야겠다는 농담까지 하게 됐다.

그런데 차츰 생활하다보니 나도 어느덧 남한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게 되었다. 제일 인상깊고 피부에 와닿는 것은 자본주의사회라면 남이야 죽든 말든 자기 하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줄 알았는데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헌금도 하고 봉사도 하는 것을 TV나 뉴스를 통해 들은 것이었다. 이북에서 배운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아무리 자유라고 해도 다 제멋대로가 아니었다. 사회주의사회에 사는 사람들보다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더 강하다는 것도 느꼈다.

한번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같이 있을때 일본제 마일드세븐이라는 담배를 사가지고 권하자 친구들이 나를 꾸짖었다.

그들은 『왜 하필이면 일본 담배를 사서 피우냐』면서 『한국담배도 좋은데 너는 일본사람들에 대한 증오심도 없는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농민들을 살리고 우리의 것을 지키고 WTO무역개방에 맞서 우리의 국민성을 세상에 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북에서 생활할 때에는 일본제 담배를 피우면 다들 부러워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외제담배를 권하는 사람을 존경해주었다.

남한이 무너질것만 같고 불안해 보여도 사회가 그런대로 유지되고 선진국의 문앞에 당당히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렇다고 남한사회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소비가 심하고 학생들이 저녁이면 밤새껏 술마시고 길거리를 비틀거리며 다니는 것등은 눈에 거슬렸다. 외국문화가 잘못 자리잡고 있는 것도 안타까웠다.

□약력

▲68년 평양출생(27세) ▲남포의학단과대학졸업 ▲조선인민군 보위국 지도원 근무 ▲94년 연변을 거쳐 홍콩에서 귀순 ▲국민연금관리공단 근무 ▲성균관대 경영학과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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