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뇌물 부추기는 사회(천자춘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뇌물 부추기는 사회(천자춘추)

입력
1995.07.17 00:00
0 0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로 많은 인명이 희생됐고 국민은 공포에 떨고 있다.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성수대교 붕괴와 다름없는 사고가 불과 몇개월 못 가서 또 반복됐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사고의 원인은 결국 부실공사였고 부실공사의 원인은 뇌물이었다. 건축허가등에 관여하는 공무원등에게 뇌물을 주기 위한 비용을 감당하다 보니 결국 부실공사가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때문에 건물주와 건설회사뿐만 아니라 부실을 눈감아 준 공무원등에게도 사고책임을 물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물론 그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처벌한다고 해도 앞으로 사고가 근절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책임의식을 공유하지 않는 한 이러한 사고는 앞으로 계속해 일어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부정부패에 대해 불감증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자기 수입이상으로 잘 사는 공무원, 회사원을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가깝게는 가족성원으로, 친인척으로, 또는 친구로 아니면 잘 아는 이웃으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번도 그 사람들에게 『뇌물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충고나 언질, 또는 압력을 준 적이 있는가.

남편이 뇌물을 받아 오면 결국은 누구에게 가져다 줄 것인가. 부인이 정색을 하고 『부정한 돈을 갖고 오는 것보다 소신껏 사는 당신이 더 소중하다』고 한다면 어떤 남편이 부정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 월급봉투째 갖다주는 남편에게 『이 수입으로는 도저히 못 산다』고 바가지 긁는 아내, 『가난한 아버지가 무능하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자식들, 부정한 돈인 줄 뻔히 알면서 거절하지 않고 고맙다며 도움을 챙기는 친인척들.

또 『(뇌물받기)좋은 자리로 영전했으니까 술 한 잔 사라』고 부추기는 친구들, 부정한 돈으로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경멸하지 않고 부럽게 쳐다보는 이웃들…. 이들이 있는한 참사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임돈희 동국대교수·문화인류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