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업 유착캐기 “수박겉핥기”/시·건설부관련 확대않고 불실공사쪽 선회삼풍백화점붕괴참사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지난 15일 조남호 서초구청장에 대한 사실확인조사를 끝으로 사실상 「관·업」유착비리 수사를 종결함에 따라「부실공사에 이은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지하1층 무단증축과 매장으로의 용도변경을 승인해준 조구청장을 조사한 결과 뇌물수수 혐의점을 찾을 수 없어 귀가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삼풍백화점 공무원비리수사는 참사의 근본원인이 된 서초구청의 관리감독 소홀여부를 밝히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붕괴원인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혀 서울시와 건설교통부등 상급기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삼풍 비리커넥션」수사는 숱한 의혹에도 불구, 서울시등 고위직들에 대한 조사는 손도대지 못한 채 전직 구청장 2명과 하위직공무원 7∼8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서둘러 봉합됐다.
검찰은 서울시와 건설부등 상급기관 수사를 「포기」한데 대해 우선 건축허가등 서울시등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부분들은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렵고 이준(73)회장등 백화점 관계자들로부터도 범죄혐의를 특정지을만한 진술이 없다는 점을 들고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건설부등 상급부처에서 삼풍백화점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흔적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어 이같은 검찰의 「변명」을 무색케 하고 있다.
우선 삼풍측의 집요한 매장확장시도에 대한 대목이다. 삼풍측은 1차 가사용승인이 나기전인 89년 5월 옥외주차장에 매장시설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공사를 했다. 지하 3, 4층에는 골조공사까지 마쳤다. 물론 건축허가 때에는 포함되지 않은 불법공사였다.
삼풍측은 지금의 무너진 백화점 건물과 유사한 매장시설을 주차장에 하나 더 만들기 위해 공사를 벌인 것. 이같은 명백한 불법을 고발하거나 작업중지명령을 내리는 것이 서울시가 취했어야할 온당한 조치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히려 「아파트용지인 주차장부지를 지구중심용지로 변경해 달라고 건설부등 관계부서에 독촉하고 있다」는 공문을 수차례 보내는등 적극적으로 삼풍의 불법행위를 지원하고 나섰다. 삼풍측의 로비가 서울시에 효과적으로 먹혀든 결과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또 ▲아파트 용지였던 백화점부지를 86년 5월 백화점 건립이 가능한 지구중심으로 변경해준 경위 ▲건축허가(87년 7월)전에 백화점 내인가를 받아야 하는 도소매업진흥법 규정을 어긴채 건축허가후 백화점 내인가(88년 12월)를 내준 경위등도 서울시가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파격적으로 특혜를 준 부분이다. 백화점 경리간부들도 『이회장이 구청소관인 건축과정때보다는 서울시 업무와 관련된 백화점 설립추진시기에 뭉칫돈을 가져갔다』고 진술하고 있다. 실제로 예금계좌추적에서도 이같은 진술을 뒷받침하는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검찰수사는 이제 붕괴원인규명 감정단의 조사를 기다려 이를 발표하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의 근본원인이나 또다른 붕괴재발을 국민이 두려워하고 있는 이유가 단순히 건축기술상의 문제나 건물의 하자에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검찰이 잘 알고있다. 이때문에 수사초기 검찰 스스로도 『부실을 가능케한 고질적 비리의 고리를 끊기위해서라도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강조했었다.<이태희 기자>
◎삼풍수사 이모저모/조구청장 조사땐 웃음소리까지/붕괴 직접원인 규명 컴퓨터시뮬레이션에 기대/“두전구청장 수뢰 물증없어 유죄 쉽지않을것”
○…삼풍백화점붕괴참사 검·경합동수사본부는 백화점 5층바닥과 옥상기둥의 슬래브 접합부위에서 「전단력」과 「휨모멘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붕괴로 이어졌을 것으로 잠정결론지었으나 여전히 붕괴의 직접 원인은 밝혀내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신광옥 수사본부장은 『타살된 시체에서 무수한 상흔을 찾아냈지만 사망의 직접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상황과 마찬가지』라며 『자재의 강도등 각종 데이터를 입력, 결과를 영상화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을 동원하면 뭔가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업유착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지검 형사3부소속 검사들이 3주만인 16일 「휴일출근」을 마감한 것과 달리 붕괴원인 수사를 맡은 형사1부는 이날에도 검사 9명이 전원 출근, 대조를 이뤘다.
형사1부의 한 검사는 『현장의 잔해제거 작업이 끝나야 기초공사의 부실여부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라며 『이제 언론의 관심이 우리에게 집중될 것』이라며 걱정했다.
○…검찰이 조남호서초구청장을 귀가조치한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면죄부성 수사라는 비난여론이 나오고있다.
이충우, 황철민 전 서초구청장 소환조사때는 검사실에서 엄한 추궁과 질책의 고성이 새 나왔으나 조구청장의 철야조사때는 웃음소리까지 흘러나와 수사시늉만 낸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조구청장이 15일 상오10시 서울지검청사를 나서면서 『33년 공직생활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이 밝혀져 시원하다』고 소감을 피력하자 일부에서는 『조씨에 대한 철야 조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깨끗한 공직자를 탄생시키기 위한 산고였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검찰이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의 자백에 근거해 구속시킨 이충우·황철민 두전서초구청장에 대해 검찰주변에서는 「물증이 없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관계자는 『뇌물죄는 보통 물증없이도 자백만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을 보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법정에서 이회장이 돈 준 사실 자체를 부인할 경우 유죄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현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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