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코넬대의 경제학자 로버트 애버리와 마이클 렌달은 미국의 「베이비붐」세대가 2040년까지 10조4천억달러(89년달러기준), 1인당 평균 9만달러의 유산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이비붐세대는 「역사상 가장 많은 유산을 물려받는 세대」가 된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은밀히 부모의 재산을 셈해보며 단꿈에 젖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 몽상을 여지없이 깨는 신조어를 미국언론에서 볼 수 있다.「다이―브로크!(Die Broke)」
「빈손으로 가자」는 말이다. 자식에게 한재산 물려주는 것은 잊어버리고 살아있는 동안 가족과 사회에 베푸는 재미를 느끼자는 것이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다.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생전에 돈이 지급되는 각종 금융상품을 적절히 이용, 노후에도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재미를 느끼는 일에 지출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획을 짠다.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물론 「다이―브로크」의 실천방안가운데 하나다. 아직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자녀를 위한 최소한의 정착금, 빚갚을 돈과 장례비를 제하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큰 흐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이르지만 이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미국언론의 희망섞인 분석이다.
「다이―브로크」를 외치는 사람들은 유산이 사회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받는자나 주는자 모두의 근로윤리에 악영향을 미치며 가족간의 불화까지 낳는다는데 동의한다. 무엇보다도 돈은 그것을 애써 벌어들인 사람이 사용할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에서도 「유산 안물려주기운동」이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는 때에 지구반대편에서 「다이―브로크」소리를 듣는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유산을 물려주거나 받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지구 양쪽에서 들리는 지혜로운 목소리들이 전달됐으면 한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