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못나오고…” 물젖은 서류쥐고 울먹/“자칫 시신 뒤바뀐다” 유전자감식 확인 촉구○…사고발생 16일째인 14일 붕괴현장에서 삼풍백화점 93년 입사서류가 발견돼 실종된 직원의 가족들은 또한번 오열을 터뜨렸다.
구조대원들이 지하 사무실에서 발견한 서류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성적증명서등 2백50여점과 입주업체 파견근무승인 신청서 1백여장등으로 대책본부는 서울교대 학생회관에 전시하고 가족들이 찾아가도록 했다. 물에 젖은 서류의 주인공들중 상당수는 이번 사고의 실종자로 가족들은 자식들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서류를 붙들고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딸을 찾고 있는 김모(52)씨는 『서류를 작성해 제출한 뒤 합격통지를 받고는 그렇게 기뻐하던 딸이었는데 사람은 어디 가고 서류만 돌아왔느냐』며 『시신을 찾으면 함께 묻어주겠다』고 울먹였다.
○작업장기화되자 탈전
○…서울교대 체육관 실종자신고센터에 모인 실종자가족들은 시신발굴작업이 장기화하자 의료진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등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한의사회와 참된 의료실현을 위한 청년한의사회가 설치한 한방의료지원단 진료소에는 정신적 불안, 피로, 소화불량등으로 고생하다 찾아 오는 실종자 가족이 매일 6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몸이 아파도 지하에 매몰돼 있을 가족을 생각하면 치료받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치료를 거부하고 있어 진료소를 찾는 이들은 증세가 심한 경우가 많다. 심한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1주일 넘게 고생하다 진료소를 찾았다는 정모(53·충남 온양시)씨는 『콘크리트 속에 딸이 묻혀 있는데 내가 편하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몸이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명석군 방문객쇄도
○…강남성모병원에서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최명석(최명석·20)군은 일반병실에 입원한 환자 가족들이 『얼굴이나 한번 보고 가겠다』며 계속 찾아오자 이날 간호사실 환자성명기재란에 「조○○」라는 가명으로 이름을 적어놓고 가까운 친지 외에는 만나기를 피하고 있다.
담당간호사는 『하루에도 30∼40여명이 최군을 찾는 통에 환자의 안정을 위해 다른 병동으로 옮겼다고 둘러대고 있다』고 말했다.
○6개월 소요 가능성도
○…실종자 가족위원회(위원장 김상호)는 이날 조순 서울시장에게 보낸 공한에서 발굴작업 종료시 시신의 신원을 신속하게 확인하기 위해 실종자가족이 먼저 유전자감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지금도 부패로 인해 신원확인이 어려운 시신이 많은데다 발굴작업이 끝날 때쯤 한꺼번에 많은 시신이 발굴될 경우 신원확인에만 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대책본부의 예상에 따른 것이다.
○현장서는 확인어려워
○…서울교대에 상황실을 설치한 경실련은 「실종자 가족이 신원확인과정에서 알아두어야 할 절차」를 적은 대자보를 체육관에 게시했다.
경실련은 『발굴된 시신은 서울시경 감식반·형사반의 신원확인후에 가족에게 연락이 오며 대부분의 시신은 부패돼 현장에서 신원확인이 안된다』며 『신원미확인 시신의 경우 무조건 병원마다 찾아다니기보다는 대책본부나 구청상황실등으로 전화해 확인후 찾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당부했다.<조철환·박일근 기자>조철환·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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