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없는 하늘나라서 편안히…”/「생사갈린 두여인」·숨진 동료에/진혼과 회한의 사연들 절절이병상에서 건강과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유지환(18)양과 최명석(20)군이 14일 수취인 없는 편지를 썼다.
국민들의 따스한 관심과 각계의 온정이 쏟아질수록 두사람은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남아있었다. 어두운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희망을 잃지 말자며 격려하던 아주머니와 동료누나, 그리고 매장에서 함께 일하며 늘 힘이 되었던 언니를 두사람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두사람의 편지는 어두운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같은 고통을 당했으나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에 대한 진혼이자 혼자 살아온데 대한 죄스러움의 표시이다.
매몰 11일째에 구조된 최군 편지는 『장아주머니와 이승연누나에게 바칩니다』로 시작됐다. 장이전(73·여)씨와 이승연(25·여·삼품백화점 직원)씨로 밝혀진 두사람의 시신은 최군이 구조된 이후『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두명이 있었는데 숨진 것 같다』고 전해 발굴됐다.
『저는 아주머니와 누나의 이 세상 마지막 대화상대였던 최명석이라고 합니다. 두 분의 염려덕에 무사히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중입니다』 최군은 밀려오는 회한 속에 글을 적어나갔다.
최군은 12일 하오 이씨의 장례식을 마친 오빠 영국(30)씨 가 찾아와 『하늘나라로 떠나는 동생을 옆에서 지켜준 최군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하자 견딜수 없이 마음이 쓰라려 편지를 쓰게됐다.
『부디 사고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사십시요. 저는 두분 몫까지 힘껏 살아가겠습니다』 최군은 눈물이 앞을 가려 편지를 더 이을 수가 없었다.
유양은 부근 매장에서 함께 근무하다 12일 하오 시신으로 발견된 박희정(26·여 ·광주요(주)직원)씨를 생각하는 애틋한 편지를 썼다.
『언니와의 만남이 이렇게 끝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오늘 언니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언니는 항상 자신있고 의지가 강했잖아요. 나약한 나도 살아났는데 언니가 우리곁을 떠나다니…』 유양의 충격은 컸다. 구조된 후 처음으로 닥친 마음의 시련이었다.
유양은 지난해 10월 박씨를 처음 만났다. 박씨는 사회에 첫발을 디딘 유양이 힘들어 할 때면 『고달프겠지만 열심히 일하면 보답이 온다』며 친언니처럼 자상하게 돌봐주었다.
『지난달초 경기 광주요에 견학가 언니와 함께 지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누구와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하나요』유양은 사고직전 지하에서 저녁을 먹고 올라오다 박씨를 만나 눈인사를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때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것이 왜 이리 안타까운지. 희정언니. 언니가 먼저 떠났지만 하늘나라에서라도 행복하게 지내세요. 나중에 다시 뵈어요』
영원히 답장이 돌아오지 않을 편지를 두사람은 왜 썼을까. 두사람의 편지는 망자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산 자」에 대한 교훈처럼 보였다.<장학만·염영남 기자>장학만·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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