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서울시와 지방시·도 소방본부에서 지원나와 활동중인 119구조대및 민간자원봉사구조원들은 참으로 헌신적이었다. 우리의 재난사상 일찍이 없었던 최악의 참변현장에서 민·관 구조대원들은 한사람의 생존자라도 더 구출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눈물겨운 구조작업을 폈다.기적적으로 생환한 최명석군과 유지환양의 조마조마했던 구출작업은 더 말할 것도 없고 24명의 미화원들을 한꺼번에 구출하는등 붕괴잔해속에서 37명이나 구출한 민·관구조대의 활동에 온 국민이 치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참변현장을 책임맡고 있는 서울시사고대책본부의 활동은 사고초기부터 보름이 지난 13일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주먹구구식이고 우왕좌왕을 거듭, 구조대원들의 구조활동을 오히려 방해하는 듯해 보였다. 사고초기에는 지휘체계와 기초적인 구조장비마저 갖추지 못해 전국에서 지원나온 119구조대와 민간자원봉사구조원들을 일사불란하게 배치하지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다.
어디 그뿐인가. 실종자신고를 접수하면서도 창구를 일원화해 차분히 정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책본부, 서초구청, 경찰등이 제각각 실종자를 접수함으로써 오히려 수습혼란을 가중시켰다. 그 때문에 대책본부는 붕괴사고직후 5백명선에 달했던 실종자수가 시체발굴과 생존자구출로 2백명선으로 줄었다고 밝혔는가 하면 13일에는 갑자기 실종자가 다시 2백여명이 늘어난 4백9명이 됐다고 공식발표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까지 빚어 실종자가족을 실망시키고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동안 적지않은 사건과 사고를 당해 수습대책본부를 수없이 운영한 경험이 있는 서울시가 왜 이번에는 이처럼 허둥대기만 하는 것일까.
그 첫째이유는 사건 다음날 시장이 교체돼 서울시청의 지휘체계가 혼선을 빚은 때문이고, 둘째는 관할 서초구청이 삼풍백화점의 부실시공, 준공검사, 중·개축과정에 연루돼 정신을 못차려 대책본부의 손발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상 최악의 참변에 대처하는 서울시의 행정능력부족과 함께 정부단위의 구난상설기구가 없었다는 것을 들 수밖에 없다. 또 중앙정부조차 서울시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몸을 도사린 것도 대책본부가 효률적으로 대처치 못하게 한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 엄청난 재난수습을 서울시에만 떠넘긴 채 팔짱끼고 있었던 정부관계부처의 책임회피 또한 엄중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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