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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신세대」 만세!(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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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신세대」 만세!(장명수 칼럼)

입력
1995.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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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 신신세대, X세대라는 말들은 『요즘 젊은이들이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존재고 못마땅한 점 투성이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기존의 가치관과 정서로는 용납하기 힘든 극도의 이기주의, 경쟁심, 공공의식과 도덕심 결여, 단답형 사고, 참을성 부족, 절제없는 소비욕구등이 X세대의 특징이라고 나이든 세대는 개탄해 왔다.그러나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사고 11일, 13일만에 구조된 최명석(20) 유지환(18) 두 젊은이는 「신인류」는 커녕 너무도 재래적인 미덕을 갖추고 있어 온 국민을 더욱 흐뭇하게 하고 있다. 그들은 일류대학에 갈만큼 성적이 뛰어나지도 못했고, 미국유학을 갈만큼 집안이 넉넉지도 않았으며, 특기나 재주가 두드러지지도 않은 보통 젊은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족을 사랑하고, 어려운 집안형편을 돕고, 병석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수발을 들만큼 착하고, 낙천적인 성품과 강한 인내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일가친척은 우애가 깊고, 봉사정신이 넘치는 대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이 과거의 신세대와 다른 점을 찾는다면 식성과 영양상태를 들수 있을 것이다. 구조되자마자 그들은 『무엇이 가장 먹고 싶으냐』는 질문에 콜라와 냉커피 라고 대답했고, 기운을 좀 차린 후에는 생맥주와 피자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과거의 신세대라면 냉수나 꿀물, 밥, 냉면 정도를 들지 않았을까.

그들 두사람이 믿을수 없을만큼 건강한 상태로 구조되어 기자회견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젊은 힘이란 저렇게 좋은 것이구나』라고 감탄했다. 그러나 그들은 젊을뿐 아니라 영양상태가 좋았기에 버틸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칠팔년전만 해도 『라면을 실컷 먹는게 소원이었다』는 극심한 가난을 이기고 올림픽등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신화적인 운동선수가 여러명 있었다. 그러나 최명석·유지환은 기본적인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며 성장한 신세대라는 것이 벌써 외모에서 드러난다.

그들이 구조될때마다 구조대원들은 만세를 불렀다. TV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도 만세를 불렀다. 그것은 『보통 신세대 만세!』고, 『변함없이 착하고 건강한 우리 신세대 만세!』고, 『사랑이 넘치는 대가족 만세!』다. 그들이 있기에, 그들이 사회의 기반을 이루고 있기에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부패한 관리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도 사회저변은 튼튼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감동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들 젊은 「영웅」은 폐허와 절망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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