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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베트남 수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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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베트남 수교(사설)

입력
1995.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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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베트남이 75년 월남전 종전후 20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11일 정식외교관계를 재개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전세계를 향해 개방의 문호를 활짝 열었고, 미국은 아시아지역 경제·안보의 중요 거점인 베트남에 정상적 접근통로를 확보했다.베트남은 공산권 몰락과 중국의 경제개방성과에 자극 받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혁과 개방(도이모이)으로 정책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한국·일본을 비롯, 아시아와 유럽 각국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고, 농민·노동자가 직접 시장에 나와 물자를 서로 교환·매매해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사유재산을 인정했다. 정부의 지나친 가격통제도 풀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최근 3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에 이르고, 국내시장규모와 무역고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국제경제기구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개선 없이는 베트남이 갈구하는 선진 각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미국 역시 세계 각국이 베트남시장 진출에 앞을 다투고 있는 마당에 언제까지나 문을 닫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난해 베트남에 대한 금수 해제후 미국의 기업들은 이미 상당수가 베트남에 진출해 그 투자규모가 5억5천만달러, 투자순위 8위에 올라 있다.

양국간 국교정상화는 이같은 경제적 이해가 맞아떨어져 앞당겨진 셈이지만, 베트남이 갖는 지정학적 위치 역시 미국이 국교재개를 서두르게 된 하나의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90년 국교를 재개한 후 유엔을 비롯, 상당수의 국제기구에 가입해 있으며 오는 28일에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도 들어가기로 돼 있다.

최근 중국과의 갈등관계가 증폭되면서 미국의 보수정치인들은 중국봉쇄론·타이완(대만)승인론까지 서슴없이 주장하고 있다. 중국인은 미국이 티베트와 타이완의 독립욕구를 부채질하고 북한·미얀마·베트남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중국 포위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5만8천명의 미군과 3백40만명의 베트남인이 희생된 월남전의 원한도 냉엄한 경제·안보 이해 앞에는 잊어야 할 과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도 미국과 함께 월남전에 참전한 당사자로서 감회가 없을 수 없다. 개방후 우리나라의 베트남투자는 타이완·홍콩·싱가포르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베트남 국교재개를 계기로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한층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지만 그 교류내용은 양국간의 우호관계에 보탬이 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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