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운영 등 환골탈태 촉구/청와대 눈치도 안봐 “전과 딴판”민자당의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거패배의 충격에서 넋을 잃었던 의원들이 서서히 머리를 맞대고 정국대책을 나름대로 모색하고 있다. 의원들의 소모임이 활발해지고 있고 계파별 회동도 부쩍 빈번하다.
12일에만 공직자출신 모임인 상록회의 조찬, 불교신자들 모임인 정각회의 간담회, 민주계 초재선들의 오찬회동이 잇달아 이루어졌다. 전날(11일)에도 의원들의 연구서클인 한백회가 열리는등 의원들의 모임이 당내 도처에서 눈에 띄고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당운영부터 통치행태비판에 이르기까지 화제에 성역을 두지 않는다. 얼마전까지 청와대나 실세들의 「입」만을 바라보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물론 『합심해서 당을 구하자』는 충정론도 나오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그동안 속에 담아두었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여권핵심부의 비선조직, 청와대 브레인들의 오만함을 지적하며 조각수준의 당정개편, 청와대 진용의 환골탈태를 요구하고있다. 의원들은 『금융실명제 등의 개혁정책을 총리는 직전에야 통보받고 비선조직은 오래전에 아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당내 기류는 전반적으로 비판적이다. 주로 민정계 의원들이 당쇄신, 국정운영의 변화를 요구하며 이런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 반면 민주계는 민정계의 공세에 내심 「응어리」를 느끼는 모습이나, 상황의 어려움을 감안해 일단 목소리를 낮추고있다.
이날 모임에서도 대조적인 양상이 노출됐다. 민정계 의원들이 다수인 상록회의 조찬에서는 쇄신의 요구가 많았지만, 민주계 초재선 오찬에서는 우려섞인 자성의 말들이 주로 나왔다. 특히 상록회 모임에는 김윤환 사무총장이, 민주계 오찬에는 최형우 의원이 각각 초청돼 시선을 끌었다.
상록회 조찬에서는 『대통령에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 『현 정권의 지지층이 불확실하다』『대통령 혼자만이 주도하는 통치스타일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등의 비판적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 자리에는 김기배 박희태 이해구 강경식 금진호 의원등 15명이 참석했다.
김덕룡 의원을 포함, 16명이 만난 민주계 모임에서는 정치적 논의가 자제됐다는 후문이다. 일부의원들이 『개혁의 농도를 높이는 정공법으로 승부하자』는 의견을 개진하려했으나 최의원이 『지금은 당을 추스릴 시점』이라며 제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김영삼대통령과 독대한 최의원은 『소리없이 대통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의미있는 당부를 했다. 이와관련, 간사인 허재홍 의원은 『민주계가 자숙하면서 대통령을 끝까지 보필하자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의원들의 모임이 난국의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잠재된 갈등을 재삼 확인하는 절차가 될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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