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등 북측 성의따라 「점진적 수교」미―북한 관계개선 모델로 간주돼오던 미―베트남간 수교선언에 따라 평양과 워싱턴간의 관계 정상화 속도와 절차에 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미관계에 관한 한 베트남과 북한은 여러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양국은 모두 공산정권 통치하에서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렀고 공산주의 쇠망 이후 과거의 정치체제를 완전포기하지 않은채 독자적인 개방과 개혁정책을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베트남은 올해 초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 이전까지는 유엔대표부가 미국과의 유일한 연락창구였다. 북한도 지난해 10월의 제네바합의에 따라 미국과의 연락사무소 개설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은 뉴욕의 유엔대표부가 미국내 유일한 공관이다.
미국의 대베트남 관계 정상화 과정을 돌이켜보면 향후 미국의 대북 외교관계 발전구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최근의 미―베트남 관계는 하노이측의 선행에 대한 단계적인 보상의 연속이었다. 즉 미국측은 미군포로(POW)및 실종미군(MIA) 수색문제를 비롯한 쌍무 현안이 한가지씩 해결될때마다 단계적인 관계정상화 조치를 취해 그들의 대미접근을 이용해 왔다.
일례로 클린턴행정부는 베트남이 POW―MIA 문제에 관해 성의를 표시하자 93년 7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의 차관제공을 허용했다. 이어 지난해 2월 베트남당국의 협조로 실종미군 수색작업이 활기를 띠게 되면서 경제제재조치를 풀었다. 미국은 올해초 워싱턴에 베트남의 연락사무소 개설을 허용함으로써 본격적인 수교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물론 이같은 과정에서 실종미군 수색등에 관한 베트남정부의 약속이행 여부는 철저하게 검증되고 있다. 베트남은 실종미군 수색문제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사태 불개입 ▲정치범 석방 ▲마약규제 공조 등 다른 분야에서도 성의를 표시했다.
미국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보호, 거주이전및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정치적 자유확대 등을 베트남측에 촉구하면서 앞으로도 이들을 투자및 무역제한 규정 폐지와 연계시킬 방침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의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합의를 착실히 이행할 경우 연락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점진적인 수교에 이른다는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남북대화 재개 ▲북한군의 후방 재배치 ▲탄도미사일 수출금지 ▲6·25 실종미군 수색및 유해송환 ▲인권보장 ▲테러 포기 등 여러가지 관심 현안의 해결을 북미수교와 사실상 연계시켜놓고 있다.
윈스턴 로드미국무차관보는 11일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미―베트남 수교 이후 미―북한 관계개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양국관계는) 잠정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제하고 『모든것은 북한측이 하기 나름』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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