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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에서나마 행복하거라”/두 백화점직원 49제때 영혼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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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에서나마 행복하거라”/두 백화점직원 49제때 영혼결혼식

입력
1995.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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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에서라도 행복하게 살아다오』최명석(20)군과 유지환(18)양의 기적적인 생환소식과는 대조적으로 결혼을 앞두고 매몰된 두 백화점 남녀직원의 영혼결혼식이 추진돼 주위를 숙연케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실종됐다가 지난10일 싸늘한 시신으로 발굴된 임혜영(24·서울 성북구 장위3동)씨와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박대규(박대규·24·인천 부평구 청천동)씨가 슬픈 영혼결혼식의 주인공들. 임씨의 어머니 박정순(박정순·56)씨와 박씨의 아버지 박병남(53)씨는 박씨의 생존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시신이 발굴되는 대로 장례식을 치른뒤 49제가 되는 날 두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2년전 삼풍백화점 직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두 사람은 최근 결혼을 약속하고 이미 양가집안끼리도 혼담이 오가는 사이였다.

사고당시 A동 지하1층 가정용품코너에서 일하던 임씨는 8년전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대신 가장노릇을 해온 착한 규수였다. 고교때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야간학교에 다니면서도 성적도 우수해 줄곧 학급간부를 맡아왔다.

사고6일전인 지난달 23일은 임씨의 24번째 생일이었다. 어머니 박씨는 『여름휴가때 박군과 함께 소록도로 봉사활동을 가겠다면서 그동안 돼지 저금통에 모은 돈이 14만원이나 된다고 좋아했던게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아르바이트 판매원으로 일하다 참변을 당한 박씨의 아버지 박병남씨는 『시신만이라도 온전하게 찾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하고 『두 젊은이가 사고없는 저 세상에서나마 사랑을 이룰수 있기를 바란다』며 고개를 떨궜다.<박일근 기자>

◎극한 상황에서의 생환기록들/호교통사고환자 18일만에 구조/국내선 67년 탄광매몰 양창선씨 16일버텨 최장

극한상황에서 인간은 얼마나 생명을 지탱할 수 있을까. 유지환(18)양이 삼풍백화점 매몰현장에서 2백85시간 30분이나 버틴 끝에 11일 하오 기적적으로 구조되면서 인간의 생존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매몰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공식 인정된 세계 최장생존기록은 지난 79년 호주의 아드레아스 마하베츠(당시 18세)군이 세운 18일이다. 마하베츠군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의 상태에서 방치됐다가 18일만에 구조돼 기네스북에 올랐다.

지난 1월 일본 고베(신호)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때도 한계상황을 극복한 생존담이 여러 사례가 있었다. 히가시나다(동탄)구의 무너진 단독주택에서 아마카와 지요코(천천천대자)라는 65세된 노파는 서까래에 깔려있다가 애견 「뽀치」가 끊임없이 짖는 소리를 이상히 여긴 구조대원들에 의해 53시간만에 구조됐다. 또 지진으로 완전붕괴된 니시미아(서궁)시의 7층짜리 맨션아파트 폐허더미에서 국민학교 3년생인 신스케(진보·11)군이 57시간만에 무사히 구조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67년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에서 매몰됐던 양창선(64)씨가 16일만에 구조된 것이 최장 생존기록이다.

사고가 아닌 보통상태에서 인간의 생존한계를 결정짓는 외적 조건은 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산소가 결핍되면 3분이상을 버틸수 없다. 건강한 사람이 외상이 없는 보통상태에서 물이 공급되면 50∼70일, 물이 없을 경우 7∼10일이 생존한계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영양보충을 할 수 없는 극한상황에서 인간은 자기몸의 지방질등 신체성분을 소비하며 생명을 이어가기 때문에 마른사람보다는 뚱뚱한 사람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좀더 오래 버틸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지진이나 매몰등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20일이상 목숨을 지탱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삼풍백화점참사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최명석(20)군이나 유지환양을 보면서 알수 있듯이 극한상황에서는 공기나 물 공간등 외적조건외에도 본인의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지금까지의 기록은 얼마든지 깨질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송용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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